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근절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자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다주택자를 넘어 비거주 1주택자까지 규제 대상을 넓혀갈 것을 예고하면서 고강도 규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더 조이고,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가진 다주택자의 주담대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막는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업무 외 유용 문제가 제기된 사업자대출을 전수 점검하고, 자율 규제 대상이었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온투업)도 규제 대상으로 포함해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차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대통령, SNS로 연일 ‘부동산’ 메시지
이번 관리 방안은 이 대통령이 그간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관행을 지적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엑스(X·옛 트위터)에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 성과를 직접 공개하며 “나라 망치는 악질 부동산 범죄, 꼭 뿌리 뽑겠다”며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 정상화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은 1월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투기용 부동산을 오래 가지고 있다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거주 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문제를 지적했다. 장특공제는 부동산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일부를 공제해주는 것이다.
같은 달 23일에는 “5월9일 만기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부터 시행령을 개정해 매년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 왔으나, 올해에는 그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면 기본세율에 중과세율이 추가된다.
이 대통령은 2월13일에도 “양도소득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줬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에게 대출 만기가 됐는데도 대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할까”라고 일갈했다.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엑스에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사업자대출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엑스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부동산 투기 자금으로 쓰려고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을 하지 않으려는 금융기관에서 사업자금이라 속이고 대출받아 부동산 구입용으로 쓰면 사기죄로 형사처벌 된다”며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이 합동으로 전수조사해서 사기죄로 형사고발하고 대출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에도 “사기죄 형사처벌에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고 강제 대출회수 당하는 것과 선제적으로 자발 상환하는 것 중 어떤 선택이 더 합리적일 지는 분명하다”고 거듭 밝혔다.
계속된 일갈에 규제 강도 높이는 금융당국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투기 척결 의지를 강조하면서 금융당국도 발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다주택자를 넘어 비거주 1주택자까지 규제 대상을 넓혀갈 것을 예고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부동산 금융의 경제적 유인구조 전면 재설계 등을 통해 ‘부동산 투기는 돈이 안된다’는 원칙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는 “세금 문제는 최대한 마지막 수단이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반드시 써야 되면 써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정책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바 있으나,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서 불가피할 경우 세제 카드도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2021년 이후 실행된 사업자대출의 용도 외 유용 여부를 전면 점검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탈법·편법적 대출 행위가 적발될 경우 대출 회수와 수사기관 통보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사업자대출의 용도 외 유용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금융회사의 사업자대출을 넘어 전 금융권의 모든 대출(가계대출 포함)에 대한 신규 취급을 일정 기간 막는 방향으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세청도 자금조달계획서를 활용해 사업자대출로 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를 선별 및 추출하고, 전수 검증에 나선다. 다만 전수 검증 전 자발적으로 상환하고 수정 신고하는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가산세를 감면한다.
이 금융위원장은 “오늘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 외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대상의 단계적 확대,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한 장기고정금리로의 전환 유도 등 가계부채의 근본 체질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