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완화 기대감에 힘입어 8% 안팎으로 급등했다. 전날 1530원을 돌파하기도 했던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로 떨어졌다. 미국에 이어 이란에서도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개선된 영향이다.
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44%(426.24포인트) 급등한 5478.7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상승률은 역대 5번째로 컸다. 코스피는 5%를 웃돌며 상승 출발한 이후 7분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후로도 오름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5512.33까지 치솟기도 했다.
종전 기대감에 아시아증시 동반 강세
중동 전쟁 조기 종식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군사작전 종료 시점이 2~3주 이내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고, 이란 역시 조건부 종전 의지를 내비치며 긴장 완화 기대를 키웠다. 이에 간밤 뉴욕증시가 강하게 반등한 가운데 국내 증시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확산됐다. 낙폭 과대 인식에 따른 저가 매수와 선물시장 중심의 숏커버도 지수 상승폭을 키웠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2일 오전 10시 이란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양측 정상의 완화적 발언으로 주식시장은 종전 가능성을 선반영 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위험선호 심리가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증시를 비롯해 낙폭이 과도했던 동아시아 증시가 동반 반등세를 보였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5% 넘게 올랐고, 대만 가권지수도 4%대 강세를 보였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3달러를 하회했고 WTI도 93달러선으로 떨어졌다.
환율도 안정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8.8원 하락한 1501.3원에 장을 마쳤다.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연구원은 “WGBI 편입 기대와 이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매수 유입 확대는 국채 금리 하락 압력을 높이는 배경으로 작용했다”면서 “금리와 환율 안정은 외국인 투자심리 개선으로 연결, 증시 수급 개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GBI는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관리하는 선진 채권지수로 추종 자금은 2조5000억∼3조달러(우리돈 3767조~4520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국채 지수다.
금융투자 중심 기관 4조 순매수
유가증권 시장에선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한 기관의 순매수세가 지수 상승에 힘을 실었다. 기관은 이날 4조418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이중 3조4307억원이 금융투자를 통해 유입됐다. 기타법인(3620억원)과 투신(3552억원) 등도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은 3조7628억원 매도우위였다. 외국인은 이날 6278억원 순매도에 나섰는데 지난달 19일 이후 연일 1조~3조원 안팎의 매물을 연일 내놨던 것과 비교하면 매도 물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외국인은 주식선물과 코스피200선물을 각각 3조2700억원, 7070억원 순매수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간 현·선물 모두에서 매도우위를 보이던 외국인이 선물에서 공격적으로 롱 포지션을 늘리면서, 국내 증시 방향성 전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업종별로는 대부분 업종이 일제히 상승했다. 건설이 12%대 급등했고, 전기·전자도 11% 넘게 오르며 상승을 주도했다. 제조, 금속, 기계·장비, 증권 등 경기 민감 업종 전반에서 강한 반등이 나타났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13.40% 급등하며 18만9600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10% 넘게 뛰어 89만3000원에 마감했다.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주와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산업재 종목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6.06%(63.79포인트) 급등한 1116.18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608억원, 4433억원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 올렸다. 반면 개인은 9010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주들이 줄줄이 빨간불을 켠 가운데 삼천당제약은 라이선스 계약 기대치 미달 여파로 10% 넘게 급락하며 시총 4위로 밀려났다.
다만 이날 반등과 관련해 일각에선 기술적 반등에 무게를 실으며 추격 매수 보다는 포트폴리오 재정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핵심은 지금의 반등이 리스크 종료인지 리스크 완화 기대를 반영한 기술적 반등인지에 대한 구분”이라면서 “현재로서는 후자의 가능성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 반등은 수익을 극대화할 기회라기 보단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재벙지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