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병풀로 15개국 뚫은 리만…독자 원료로 라이프스타일 판 키운다 [현장+]

제주 병풀로 15개국 뚫은 리만…독자 원료로 라이프스타일 판 키운다 [현장+]

병풀부터 미세조류까지…리만, 제주에 ‘원료 공장’ 세웠다
원료·연구·생산 수직계열화 구축…글로벌 확장 속도
병풀 스마트팜·클로렐라 기술로 화장품·건기식 동시 공략

기사승인 2026-04-03 09:00:04
제주에 위치한 리만코리아의 자이언트 병풀 연구소. 심하연 기자

리만코리아가 제주를 거점으로 원료부터 연구·생산까지 연결된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킨케어 중심 기업에서 벗어나 생활용품과 건강기능식품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강영재 리만코리아 대표는 1일 제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리만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소비자의 삶 전반을 개선하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지향한다”며 “제주를 중심으로 원료와 연구, 생산을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리만은 제주에 병풀 재배 시설(리만팜), 원료 생산시설(에스크베이스), 연구조직(에스크랩스), 체험형 공간(리만빌리지) 등을 집약해 운영하고 있다. 원료 확보부터 제품 생산, 체험까지 하나의 구조 안에서 이뤄지는 방식이다.

핵심은 원료다. 리만은 화장품 주요 성분으로 자이언트 병풀과 용암해수를 사용하고 있다. 자이언트 병풀은 제주 자생종을 기반으로 개발된 독자 품종으로, 잎 크기와 성장 속도가 일반 병풀 대비 크고 빠른 것이 특징이다. DNA 분석을 통해 일반 병풀과 구별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이 확보돼 현재 리만이 독점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희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장, 강영재 리만코리아 대표, 서대방 에스크랩스 연구소장. 심하연 기자

재배 방식도 차별화했다. 에스크랩스는 약 4500평 규모 스마트팜에서 병풀을 재배하고 있으며, 자외선 투과 필름과 모래 베드 시스템을 적용해 유효 성분을 극대화했다. 자동화 설비를 통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연중 균일한 품질의 원료를 생산하는 구조다. 연간 생산량은 약 11톤 수준이다.

서대방 에스크랩스 연구소장은 “자이언트 병풀은 일반 병풀 대비 보습력과 항산화 성능이 높고, 폴리페놀 함량도 크게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며 “자외선 투과 환경과 생병풀 기반 추출 방식 등을 통해 유효 성분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팜을 통해 계절과 관계없이 동일한 품질의 원료를 생산할 수 있어, 화장품 품질 편차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동에서 직접 확인한 자이언트 병풀은 일정한 간격으로 베드를 가득 채운 채 고르게 자라고 있었다. 내부는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제어되며 병풀이 자라기 최적의 환경이 유지되고 있었다.

김정환 에스크베이스 병풀연구팀 책임연구원이 자이언트 병풀(왼쪽)과 일반 병풀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심하연 기자

김정환 에스크베이스 병풀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자이언트 병풀은 일반 병풀과 달리 DNA 수준에서 구별 가능한 독자 품종으로, 현재 리만만이 재배·활용할 수 있다”며 “스마트팜에서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사계절 내내 동일한 품질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풀은 한 번 수확해도 뿌리가 살아 있어 다시 자라기 때문에 약 45일 주기로 반복 수확이 가능하고, 연간 6회 이상 수확이 이뤄진다”며 “재생력이 뛰어나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 가능한 작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농가 재배의 경우 잎 크기나 성분 편차가 커 원료 품질이 일정하지 않았지만, 스마트팜에서는 수확 시점과 기준을 표준화해 동일한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성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수입 건조 병풀의 경우 잡초 혼입이나 잔류 농약, 중금속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있지만, 자이언트 병풀은 무농약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돼 잔류 농약이 검출되지 않는다”며 “이물질 없이 원료 자체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리만은 병풀 외에도 미세조류 기반 원료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에스크랩스 CTO이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장인 김희식 박사는 제주에서 확보한 클로렐라 균주를 활용해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소재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미세조류는 이산화탄소와 햇빛만으로 성장하는 고효율 바이오 소재로, 광합성 효율이 높아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며 “특히 클로렐라에서 추출한 카로티노이드 계열 성분은 항산화 효과와 함께 주름 개선, 눈 건강 개선 등에서 기능성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정방폭포 인근에서 확보한 균주를 기반으로 고기능성 성분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으며, 기존 식물 기반 원료 대비 중금속이나 농약 리스크가 낮고 체내 흡수율이 높은 점이 강점”이라며 “루테인 등 기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리만은 미세조류 기반 주름 개선 화장품 소재에 대해 기능성 인증을 확보했으며, 건강기능식품 원료로의 확장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원료 경쟁력을 바탕으로 리만은 글로벌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15개국에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스페인·칠레·아일랜드 등 신규 시장에도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3000만 달러 수출을 기록하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

강 대표는 “앞으로 스킨케어를 넘어 생활용품과 건강기능식품까지 확장해 소비자의 하루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며 “제주를 글로벌 생산·연구 거점으로 육성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