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법·시대 인식해야”…‘원청교섭 요구’ 힘주는 노동계

“바뀐 법·시대 인식해야”…‘원청교섭 요구’ 힘주는 노동계

쿠팡·CJ 택배노조, 7~9월 ‘택배 노조 총력 투쟁 기간’ 지정
가전통신·백화점면세점판매 서비스 노조 등 원청교섭 추진

기사승인 2026-04-02 17:54:29
전호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왼쪽 세 번째) 등 서비스분야 노조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서비스 노동자 릴레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이 시행된 후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4월을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로 지정한 가운데, 각 서비스 분야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투쟁도 확대되고 있다.

2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날까지 민주노총이 교섭요구 공문을 발송한 원청은 총 528곳이다. 이 가운데 26곳만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10일 노랑봉투법이 시행되며 하청 노동자와 원청간 교섭 가능 근거가 마련됐다. 이를 통해  원·하청 등 고용구조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원청과의 대화를 제도화한다는 것이다. 또 노사 간 자율적 교섭을 촉진하고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노동계는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혹사당하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원청이 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서비스 분야별 민주노총 산하 노조 위원장들도 교섭 요구 목소리를 높였다.

강민욱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쿠팡 본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서비스 노동자 릴레이 기자간담회’에서 “2021년 1월 사업 자격을 취득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기존 업체를 제치고 3년 만에 업계 1위를 차지한 것은 속도 경쟁의 우위 때문”이라며 “1년 동안 쉬지 않는 배송, 주간 2회·야간 3회 반복 배송, 하루 최대 5번의 한 집 배송, 지연 배송을 허용하지 않는 정시 배송 등이 그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택배노동자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택배노동자는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맺는데, 쿠팡이 하청 대리점들과 계약 시 배송 구역을 언제든 회수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적시해 놓으면서 택배 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배송 구역이 상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남희정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장이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서비스 노동자 릴레이 기자간담회’에서 택배노조의 원청교섭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남희정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장도 “원청 교섭의 기본적인 방향은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마침표를 찍고 속도보다 생명이 존중되는 택배 현장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말이나 5월쯤에는 교섭대표 노조가 확정될 것”이라며 “올해 7~9월까지를 택배 노조 총력 투쟁 기간, 원청 교섭 쟁취를 위한 총력 투쟁 기간으로 설정하고 파업을 포함한 모든 투쟁을 통해 원청 교섭을 성사시키려는 준비를 해나가려 한다”고 언급했다.

이현철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임금·노동조건·구조조정을 모두 원청이 결정함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번 투쟁의 중장기 목표는 단순한 사업장 교섭이 아니라 간접고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투쟁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는 4월 초쯤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도 각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으나,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서영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원청 어디에서도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며 “신라면세점 등 두 군데만 현재 소송 중이라 교섭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이에 지난달 20일 노동위에 시정신청을 해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교섭요구에 대해 미공고한 원청 18곳을 노동위에 시정신청 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사용자의 반응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시정신청 절차를 밟을 때 증거 및 자료 등을 내야 하는 만큼 충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어 확실한 사건에만 시정 신청을 제기했다”며 “원청 사장과의 교섭 시대가 열렸지만, 원청은 법과 시대가 바뀐 것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황 파악이 이뤄진 만큼 단계적으로 노동위 시정 요구 투쟁과 원청 타격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