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감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이물 백신 감사 결과에 대한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정조사 요구까지 나왔고, 이를 계기로 한동안 잦아들었던 ‘백신 불신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제조 공정상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곰팡이 주사’로 표현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향후 국가예방접종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월23일 감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 사이 총 1285건의 코로나19 백신 이물 신고가 들어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감사원은 질병관리청이 이 사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하지 않았으며, 이물 백신과 제조번호가 동일한 다른 백신들에 대해 접종 보류 조치를 신속하게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내용은 이 중 곰팡이, 머리카락 등 위해 우려 이물 127건에 대해 ‘접종 보류’ 조치하지 않아 동일 제조번호 1420만 회분을 계속 접종했다는 부분이다. 이는 이물질 백신이 실제 국민에게 1420만 회 접종됐다는 오해를 불러오고 안전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물 신고 중 곰팡이가 나온 것은 1건, 머리카락이 나온 것은 2건에 불과했다. 이물질의 65%는 주사기로 고무마개를 찌를 때 발생하는 파편이었고, 나머지는 일반 주사제 용기에서도 잘 검출되는 극미량의 이산화규소가 대부분이었다. 이물질이 발견된 백신은 모두 폐기됐으며, 접종된 건 단 한 건도 없었다. 실제 이들 백신에서 곰팡이는 접종 준비 과정에서, 머리카락은 백신 용기 마개 조립 과정에서 유입됐을 것으로 조사됐지만, 감사원 자료에는 이런 설명이 빠져있었다.
감사원 발표 이후 ‘곰팡이 백신’과 같은 제목의 언론 보도들이 쏟아졌고, 길거리엔 백신 이물 발견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정치권에선 방역 정책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별도 진상규명위원회 출범도 요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 본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장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팔에 곰팡이 백신을 꽂았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며 “곰팡이 백신은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다. 책임자를 반드시 밝혀내 심판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에 민주당이 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급기야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 전원 명의로 당시 질병청장이었던 정 장관을 고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질병청장은 이(이물질 백신) 경우 식약처에 즉시 통보해야 했지만, 이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국민 생명과 안전이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이번 논란의 핵심이 ‘이물 신고 건수’ 자체보다 정보 전달 방식과 해석의 왜곡에 있다고 본다. 백신에서 이물이 발견됐다는 사실만 부각될 경우 접종 전 단계에서 걸러지고 폐기된 사례와 실제로 인체에 투여된 사례가 뒤섞여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특히 ‘동일 제조번호 1420만 회분’이라는 표현이 접종자에게 모두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소비되면서 불안이 증폭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시 확인된 이물질 사례는 생산 공정 전반의 오염 문제가 아니라, 이송이나 접종 준비 과정 등 말단에서 발생한 지엽적 사고에 가까웠다”면서 “제조 과정이나 주요 보관 과정에서 광범위한 오염이 발생한 사안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재평가를 넘어, 국가예방접종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정 사례가 사실관계와 다른 방식으로 확산할 경우 향후 독감, 폐렴구균,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등 다른 필수예방접종에 대한 기피 심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반(反)백신 정서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지난해 일본 극우 성향의 참정당은 백신 음모론을 내세워 20~30대 젊은층의 지지를 끌어 모았다. 참정당을 이끄는 가미야 소헤이 대표는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반백신 메시지를 퍼트리며 유명세를 얻었다.
엄 교수는 이번 논란이 정치적으로 소비되면서 백신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해당 문제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악용하거나 다른 이득을 위해 활용한다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사안이 코로나19 백신뿐 아니라 향후 국가예방접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방역당국은 이물질 백신 논란 정면 돌파에 나섰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지난 1일 ‘국민소통단 10기 소통간담회’에서 머리카락이나 곰팡이 등 이물질이 든 백신 1420만 회분이 접종됐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물질이 1420만 회 접종분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며, 1285건의 이물질 백신과 같이 제조된 백신의 양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접종 1420만 건이 모두 유해했다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임 청장은 “곰팡이나 머리카락 파편도 주사침으로 인한 사후 오염, 고무마개를 씌우는 과정에서 혼입돼 오염된 것”이라며 “백신 원액은 미세한 필터를 거치게 돼 있고, 유리병 역시 고온건조로 멸균해서 공정 전체를 오염시키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 우려를 낳게 한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제도와 절차 개선, 정부 시스템 보완 등의 과제를 통해 다음 공중보건 위기에선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잘 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