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파업을 예고한 노동조합을 상대로 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노사 갈등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생산 공정 특성상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사측과 이를 두고 파업권 무력화 시도라고 반발하는 노조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일 인천지방법원에 노조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신청 근거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 제2항을 들었다. 해당 조항은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막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의 특수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정제하는 방식으로 생산돼 365일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요하다. 공정이 중단되거나 차질이 발생하면 수개월간 진행된 생산분이 한순간에 전량 폐기될 수 있다. 회사 측은 필수 공정에 한해 제한적으로 쟁의행위를 막기 위한 신청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손실 규모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단위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사측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중에서 생산능력(케파) 1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 78만5000리터(ℓ)를 확보했다.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 공장(6만ℓ)까지 합산하면 총 생산능력은 84만5000ℓ까지 증강될 전망이다.
반면 노조는 이번 가처분 신청을 사실상 파업권을 제한하려는 시도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집회와 파업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한편,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노조는 “사측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은 사실상 파업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막으려는 행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연속 공정이라는 이유로 파업할 수 없다면 정유, 식품, 제철 등 다른 연속 공정 제조업 회사도 파업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쟁의 기간에 공정에 영향이 가 제대로 된 제품이 생산되지 않아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필연적인 결과이자 파업의 결과물일 뿐”이라며 “회사에서 주장하는 수천, 수조원의 손실은 파업으로 인한 향후 비즈니스 등 모든 측면에서 ‘영향이 갈 수 있다’를 단정 지어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 공정은 배치 단위로 생산되며, 한 배치가 폐기되면 통상 20~30억 정도의 손실을 예상한다. 일주일 전면 파업 시 약 600억 이내 손실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며 “회사의 주장대로 수천, 수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면 협상 비용을 떠나 성실하게 안건을 준비해 교섭의 자리로 복귀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노조는 사측과 13차례에 걸친 임금·단체협약 교섭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달 23일 조정 절차를 중단하고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찬성 95.52%(3351표), 반대 4.48%(157표)로 집계됐다. 노조 가입자는 3689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약 75% 수준이다.
노사 간 핵심 쟁점은 임금 처우다. 삼성전자 노조는 연간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의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임금 협상에서 사측은 평균 6.2%(기본 4.1%, 성과 2.1%) 인상을 제시한 반면 상생지부는 평균 13%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양사 모두 최근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노조는 성과에 걸맞은 보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진은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선 재무 여력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노사 대립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조는 오는 22일 사업장 집회를 연 뒤 5월1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 측은 파업 찬반투표 이후 사측의 별도 대화 시도는 없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