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호황의 역설…삼성, 갤S25 ‘출시 후 인상’ 카드 꺼낸 이유

AI 메모리 호황의 역설…삼성, 갤S25 ‘출시 후 인상’ 카드 꺼낸 이유

기사승인 2026-04-03 17:35:19 업데이트 2026-04-03 17:42:39
갤럭시 S25 시리즈 제품 사진. 삼성전자 제공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촉발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하던 흐름이 완제품 시장에서는 부담으로 전환되며, 소비자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삼성닷컴 등 공식 판매가 기준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 플래그십 라인업 가운데 고용량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왼쪽부터)갤럭시 Z 폴드7과 갤럭시 Z 플립7. 삼성전자 뉴스룸 제공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S25 엣지’ 512GB 모델은 기존 163만9000원에서 174만9000원으로 11만원 올랐다. 폴더블 제품인 ‘갤럭시 Z 플립7’과 ‘Z 폴드7’ 512GB 모델도 각각 9만4600원씩 인상됐다. 특히 ‘갤럭시 Z 폴드7’ 1TB 모델은 293만3700원에서 312만7300원으로 19만3600원이나 올라 고용량 모델일수록 인상폭이 컸다.

가전·모바일 업계에서 신제품 출시 시점이 아닌, 판매 중인 기존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반도체 호황'이 쏘아 올린 인플레이션

이러한 ‘기습 인상’의 주범은 역설적이게도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DDR5를 싹쓸이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연쇄 폭등했기 때문이다.

배경에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확대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D램 수요가 급증했고, 이 여파로 범용 메모리 가격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60% 내외, 낸드플래시는 70%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앞서 1분기에도 범용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최대 95%, 낸드플래시 가격은 60% 안팎으로 급등한 바 있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갤럭시 탭 S11 시리즈’의 슬림한 디자인과 새롭게 바뀐 'S펜’을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56GB는 지키고 512GB는 올리고”… 벼랑 끝 ‘수익성 방어’

부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MX) 사업부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원가 압박 탓에 삼성전자 MX 사업부의 1분기 영업이익이 1조4000억원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부문이 호황을 누릴수록 스마트폰 부문은 ‘팔수록 손해’를 보는 수익성 악화 구조가 고착화되자,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을 일부 전가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소비자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요가 가장 많은 기본 256GB 모델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메모리 원가 비중이 절대적인 512GB 이상 프리미엄·고용량 모델 위주로 가격 상승분을 집중시켰다. 전면적인 가격 인상 시 우려되는 점유율 하락과 수요 위축을 막기 위한 ‘선별적’ 인상 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원가 전가 흐름은 태블릿 PC 시장에도 이미 번졌다. 지난 3월,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탭 S11 울트라 512GB 및 1TB 모델은 약 13만 원 인상됐고, 기본 모델 역시 저장용량에 따라 최대 19만 원 이상 가격이 뛰었다. 중저가 라인업인 FE, 보급형인 A 시리즈까지 4만원가량 줄인상이 이어졌다.

다만, 최근 출시된 ‘갤럭시 S26’ 시리즈는 초기 판매 단계인 점 등을 고려해 가격 인상 대상에서는 우선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핵심 부품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이 겹치면서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그동안 가격 동결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환경 변화로 인해 조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