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에는 평가할 게 뭐 있겠습니까. 겨우 꼴찌에서 벗어난 형편없는 감독이었습니다. 근데 한 시즌 만에 이렇게 됐어요. 준플레이오프부터 하는 바람에 경기 수가 가장 많은 팀이 됐습니다. 저는 그대로인데 선수들이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GS칼텍스는 5일 오후 1시30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25-15, 19-25, 25-20, 25-20)로 승리했다. 시리즈 3승0패로 V4를 달성한 GS칼텍스는 포스트시즌 6전 전승으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장충의 기적’을 이뤄냈다. 2020~2021시즌 트레블 이후 5년 만의 쾌거다. GS칼텍스 에이스 지젤 실바는 36점을 뽑아내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영택 감독은 “꿈만 같다. 선수들 덕분에 이 자리에 왔다”며 “선수들만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 나이가 들어서인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챔프전 MVP는 단연 실바였다. 실바는 34표 중 33표(기권 1)를 받아 사실상 만장일치 MVP로 선정됐다. 이 감독은 “당연한 결과다. 어떤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대단하다. 3세트에 무릎 통증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는데도 빼주지 못해 미안했다. 그걸 본인이 이겨냈으니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우승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던 이 감독은 “봄배구만 가자는 게 1차 목표였다. 훈련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나, 안혜진 등이 부상을 겪으면서 계획을 수정했다”며 “목표는 20승, 승점 60점이었다. 목표에 살짝 모자랐는데, 정규리그가 너무 혼전이었다. 선수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마지막 경기에 봄배구가 결정됐다. 주변에서 ‘실바라는 에이스가 있기 때문에 단기전에서 해볼만 할 것이다’고 전해줬다. 역시 실바가 해줬다”고 미소 지었다. 또 “현재 선수들의 체력이 정말 고갈돼 있는 상태였다. 한 경기를 진다면 뒤가 어떻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선수들이 해낸 결과”라고 공을 돌렸다.
이 감독은 흥국생명과의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며 “제일 부담됐던 경기다. 단판 승부였다. 흥국생명한테 홈에서 다 이겼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쉬운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 단판이라는 부담감이 컸었다”고 돌아봤다.
기량발전상을 주고 싶은 선수가 있냐고 묻자, “전체적으로 정말 많이 발전했다. 주장 유서연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권민지도 미들블로커 왔다 갔다 하면서 제 몫을 다했다. 가은이도 5라운드부터 주전으로 뛰었고, 포스트시즌에서 엄청난 활약을 해줬다. 누구 하나 뽑기 힘들다”고 웃으며 답했다.
권민지의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그런 기운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도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올라왔다. 세리머니를 크게 하면서 코트 분위기를 GS칼텍스로 가져왔다. 민지, 가은 등 모든 선수들이 준비했고, 또 적극적으로 하라고 전했다. 너무 잘해줬다”고 칭찬을 건넸다.
이 감독은 챔프전 직전에 도로공사에서 경질된 김종민 감독에 관해 “대한항공에서 선수 생활을 같이 한 선배다. 제가 항상 많이 배운다”면서 “(도로공사에)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영래 감독대행도 제 후배다. 저도 시즌 중에 감독대행을 맡은 적이 있는데, 굉장히 정신없다. 그 자리가 챔프전이었다는 게 큰 부담이었을 것 같다. 김종민 감독과 같이 못한 건 아쉽지만 저희한테는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향후 계획에 대해 “우승을 처음 했다”며 웃은 뒤 “쉬긴 쉬어야 할 것 같다. 우승하면 행사들이 많더라. 3일 뒤면 FA 시작이다. 선수들은 쉬고 저는 열심히 달리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