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2007년 발표 당시 “익명의 투자자 그룹에 1억 달러에 판매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고 작품은 여전히 허스트와 화이트 큐브 측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2022년에 드러났죠. 이로 인해 작품의 판매와 소유권을 둘러싼 논란이 크게 일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데미안 허스트의 회고전은 지난 35년간 현대미술의 흐름을 새롭게 정의해 온 궤적을 따라가게 하죠.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객은 허스트가 꾸준히 탐구해 온 삶과 죽음, 욕망과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를 충격적이고 매혹적인 방식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16살에 시체 안치소에서 만난 죽음의 공포로 그의 예술이 집착과 경험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 전시는 허스트가 현대미술의 악동으로 소비되던 이미지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재조명합니다. 화려함과 허무, 욕망과 무상함이 교차하는 그의 작품 세계가 100년 후에도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을 내렸죠. 여러분은 어떤 가요?
이 방에 들어서면 18세기에 살았던 남자의 두개골을 8,601개의 다이아몬드가 만들어내는 눈부신 광채에 압도됩니다. 현대미술 아이콘의 화려함 속에 실제 인간의 치아가 남아 있다는 사실은 곧바로 죽음의 현실을 상기시키죠. 이 대비는 허스트가 꾸준히 탐구해온 주제를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눈구멍과 턱뼈까지 다이아몬드로 뒤덮은 세밀한 장식, 그리고 이마 중앙에 자리한 분홍 다이아몬드는 ‘깨달음’을 상징하는 장치로 읽힙니다. 허스트는 과거 화가들이 해골을 통해 허무를 강조했던 전통을 뒤집어, 죽음을 찬란하게 장식함으로써 관객이 화려함 속에서 죽음을 마주하도록 유도하죠.
2007년 첫 공개 이후 이 작품은 현대 시각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이번 전시는 그 상징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작품 제목이 허스트 어머니의 감탄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이 강렬한 작품에 인간적인 뉘앙스를 더해주죠.
이 작품은 멀리서 보면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연상시키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전혀 다른 진실을 드러내죠. 화려한 패턴을 이루는 것은 물감이 아니라 수천 마리 나비의 날개라는 사실이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허스트는 종교적 배경 속에서 자라며 인간의 믿음 체계와 권위 이동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죠. 과거에는 신과 종교가 절대적 권위를 지녔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의학과 자본을 새로운 신앙처럼 숭배합니다.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 중 왼쪽
나비는 서양에서 ‘영혼과 부활’을 상징해 왔고, 허스트는 초기부터 이를 작업의 소재로 즐겨 사용했습니다. 특히 2001년 이후 그는 나비의 날개를 기하학적 패턴으로 배열해 마치 만화경처럼 대칭적이고 화려한 문양을 만들어냈죠.
이 과정에서 생명과 죽음, 아름다움과 잔혹함이 교차하는 지점을 작품 속에 담아내며, 관객에게 인간의 욕망과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게 합니다.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 부분
리폴린이란 고광택 페인트 위에 붙여진 수천 개의 날개는, 마치 살아 있는 나비가 캔버스 위에 날아와 멈춘 듯하죠. 그러나 몸통이 사라진 나비라는 걸 발견하는 순간 소름이 돋습니다.
병마에 시달리던 마티스는 침대와 휠체어에서 색종이를 오리며 ‘컷아웃’이란 새로운 예술을 창조했죠. 그가 수집하던 모르포 나비의 푸른 빛을 과슈로 칠해 만든 색면과 로사리오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허스트의 날개와 묘하게 겹쳐지며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예술의 힘을 증명합니다.
허스트의 대표작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에 물리적 불가능성〉은 죽음을 물리적 실체로 직면하게 만듭니다. 20톤의 포름알데히드 용액 속에 매달린 4미터의 거대한 상어는 관객을 압도하며, 그 존재 자체가 죽음의 공포를 시각화하죠. 어부에게 “관객을 잡아먹을 만큼 큰 상어”를 주문했다는 사실은, 허스트가 관객을 죽음의 위협 앞에 세우려 했음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부패를 늦추고 영원히 보존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면서도, 역설적으로 죽음을 실감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불안을 표출하죠. 상어는 살아 있는 듯 보이지만 이미 죽은 존재이고, 그 보존 방식은 영원을 꿈꾸지만 결국 죽음을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이 설치 작품은 그 자체가 시간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불멸 욕망을 드러내는 드라마를 품고 있습니다. 1991년 공개 당시 현대미술의 판도를 뒤흔들었지만, 상어는 초기 보존 과정에서 부패하기 시작했죠. 이는 과학의 힘으로도 죽음을 영원히 유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작품 스스로 고백하는 듯한 아이러니를 만들어냈습니다.
2006년 허스트가 새로운 상어로 교체한 사건은 작품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죠. 이번 전시에는 13년 만에 다시 공개되는 박제가 된 상어가 등장합니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의 두 작품은 여기에 전시되지 않았지만, 허스트의 작품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년 6월 소더비 경매에서 약 8,460만 달러(약 1,000억원)에 낙찰되었으며, 이는 베이컨의 작품 중 역대 세 번째 높은 기록이었죠. 베이컨에게 2013년은 세 작품이 동시에 세계 경매 낙찰가 Top 10에 포함된 유일한 해였습니다.
베이컨의 삼면화는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고통과 불안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였죠.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그는 인간이 경험한 절망을 괴기스럽게 시각화 했는데, 인물들은 해부학 참고서나 정육점 고기처럼 뭉개지고 매달려 있습니다.
간단한 선으로 구획된 공간은 어디인지 알 수 없습니다. 마치 고문실에 갇힌 인물들은 의자에 앉아 불안에 잠겨 처절한 비명을 지르죠. 이 고독하고 불안정한 무대는 인간 존재가 처한 실존적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을 강제로 그 심연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베이컨의 회화는 단순한 형상의 왜곡을 넘어, 인간 내면을 해부하듯 파고드는 강렬한 시각적 실험이었죠. 그는 가까운 지인과 동성 연인, 그리고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첸시오 10세>를 반복적으로 변형하며 인간 존재의 불안과 절망을 압축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그 결과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경험하게 됩니다. 실제로 2017년 퐁피두 센터 회고전에서도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는데, 저 역시 그랬죠. 이는 베이컨의 예술이 얼마나 직접적으로 인간의 절망을 직시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줍니다.
삼면화는 제단화의 형식을 빌려왔지만, 구원의 메시지를 담지 않습니다. 대신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통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현대적 성상으로 남게 되었죠. 베이컨의 삼면화는 종교적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초월 대신 절망을, 위로 대신 고통을 제시합니다.
허스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도와 베이컨에서 출발해 죽음과 재생을 변주합니다.
해골과 척추뼈, 도트 패턴, 식물, 그리고 풍뎅이는 상징적이죠. 고대 이집트에서 부활과 영생을 의미했던 ‘풍뎅이(스카라베, Scarab)’를 끌어들임으로써, 허스트는 죽음을 종말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으로 재해석합니다. 베이컨, 허스트, 바스키아, 키키 스미스가 보여주듯 해부학은 현대미술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근본 텍스트, 곧 고전이죠.
아시아 최초의 데미안 허스트 전시는 약 33억 원대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면서 ‘세금 낭비 논란’이 제기되었죠.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라고 말하며, 독립된 조국이 단순히 정치적 자유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의 나라로 거듭나기를 꿈꾸었습니다.
그가 말한 문화는 단순히 예술이나 학문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토대였죠. 즉,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를 중시하며, 세계 속에서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최금희 작가는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전 세계 미술관과 박물관을 답사하며 수집한 방대한 자료와 직접 촬영한 사진을 가지고 미술 사조, 동료 화가, 사랑 등 숨겨진 이야기를 문학, 영화, 역사, 음악을 바탕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 영등포문화원과 도서관 등에서 서양미술사를 강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