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리개였네 나혜석 연극 '인형의 가' 무대 오른다

나는 노리개였네 나혜석 연극 '인형의 가' 무대 오른다

기사승인 2012-05-02 17:14:01


[쿠키 문화] 나혜석(1896~1948).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학가이다. 근대 신여성의 효시로 불리는 인물. 하지만 봉건적 유교질서가 지배하고 있던 그 무렵, 이 천재화가의 삶은 인습에 갖힌 파랑새와 다름 없었다. 아내, 세 자녀의 어머니라는 자리는 예술과 충돌했으며 끝내 그의 작품 '나부'처럼 벌거벗은 채 세상 사람의 조롱거리가 돼야 했다.



2012년 봄.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하외다'며 통탄했던 나혜석을 극작가 국민성, 연출가 박병수가 정면으로 다뤘다. 당대 사람들이 그가 가졌던 '자유 정신'을 자신들의 이익이나 호기심에 따라 취하고, 마녀사냥했듯 오늘의 그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무대 '인형의 가(歌)'를 통해 보여준다.

나혜석은 시 '노라'에서 '나는 인형이었네/아버지 딸인 인형으로/남편의 아내 인형으로/그네의 노리개이었네//노라를 놓아라/…나는 사람이라네/…아아 소녀들이어/깨어서 뒤를 따라오라…'라고 부르짖었다. 연극 제목은 이런 그의 시에서 따왔다.



연출가 박병수는 "그녀의 존재를 통해 인간과 예술의 모순 관계를 재조명하면서 그녀가 말하고 싶은 '진실의 통로'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따라서 사실(史實)에 충실하기 보다 '메시지'를 오늘의 시점에 맞게 접근하는 방식을 취했다.

'인형의 가'는 무대미술계의 일가를 이룬 미학과 교수 장민호, 나혜석을 테마로 희곡을 써 신춘문예에 당선한 극작가 출신 학예사 이상인의 관계를 악절(樂節)처럼 나누어 흥미를 더한다. 이들 사이에 한세기 전의 나혜석이 들고 나며 자신의 얘기를 전하는 것. 나혜석을 분석하는 장민호와 이상인의 대사에서 느껴지는 남성의 시각은 여전히 일방적인 느낌이 들지만 그녀의 모성적 언어에 오늘의 현대인조차 얼마나 허위 의식을 벗지 못하는 불쌍한 인간인가를 잡아내는 점이 돋보인다.

장민호 역에는 '갈매기' '휘가로의 결혼' 등에 출연했던 김태훈, 이상인 역에 1995년 KBS수퍼탤런트 출신 정의갑, 나혜석 역에 '임대아파트' '울다가 웃으면' 등에 출연했던 우현주, 이 세 역 사이를 오가며 1인 다역을 해주는 배우는 신지연이다. 2012년 서울연극제 출품작. 5월9일~13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02-3408-3193).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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