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올 상반기 겨울-봄-여름 세 계절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입었을까. 패션이 단순히 옷을 걸치는 행위가 아님을 아는 상황에서 패션은 한 시대의 문화의 트렌드를 읽는데도 유용한 역할을 한다. 2012 상반기 리얼웨이 유행 VS 런웨이 유행을 돌아본다.
★ 화려하고 비비드한 패턴과 언밸런스한 믹스 앤 매치, Runway
여기서의 런웨이는 패션 하우스의 그것보다는 대중들이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매체에서 다루는 유행에 가깝다. 2012년 상반기, TV와 잡지, 신문 등에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컬러는 ‘탠저린’과 ‘핫 핑크’. 특히 전 세계적으로 색상 시스템을 제공하는 색상 연구소 팬톤(Phantone)이 2012년 최고의 핫 컬러로 선정한 탠저린, 우리말로 다홍색은 수많은 패션에 어레인지됐다. 다홍색을 걸친 연예인들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며 패션을 떠나 인테리어 등지에까지 손을 뻗친 탠저린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
또한 소재는 가볍고 질이 좋되 커다랗고 화려한 패턴이 주를 이루었다. 그 위에 세퀸, 징, 큐빅 등 다양한 소재가 매치돼 더욱 화려해짐은 물론이다. 시상식장에나 어울릴 것 같던 번쩍거리고 무거운 드레스는 이제 레드 카펫을 벗어나 수많은 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
그런가 하면 언밸런스한 아이템들을 서로 믹스 앤 매치하는 패션 또한 강세. 그러나 예전처럼 ‘콘셉트 VS 콘셉트’ 구도의 믹스 앤 매치보다는 ‘아이템 VS 아이템’의 ‘믹스 앤 매치’가 더욱 강해졌다. 포클로어적인 드레스에 강렬한 웨스턴 무드의 부츠를 매치한다는 식 보다는 캐주얼한 면 티셔츠와 그래픽 스커트 위에 악어가죽으로 된 두꺼운 벨트를 매는 식으로 발전한 것.
‘킬 힐’은 더 강해졌다. 고작해야 10센티가 다였던 킬 힐의 높이는 이제는 끝 간 데를 모르는 듯싶다. 행사장에 방문한 연예인들의 하이힐 높이는 서로 경쟁하는 듯 점점 높아져 15센티미터, 20센티미터까지 등장한다. 애처롭도록 꺾여 있는 그네들의 발목을 보고 있자면 절로 이 쪽까지 괴로운 것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히지만 어쩌랴, 유행이 그렇다는데!
그런가 하면 독특한 굽을 가진 디자인 하이힐이나 웨지 힐도 강세. 사실 디자인 힐 자체는 예전부터 쭉 출시되어 왔지만 극소수의 ‘패션 피플’에만 의해 소비되어왔던 것도 사실. 그러나 이제는 퍼포먼스와 함께 스타일리시함 또한 강조하는 패셔니스타들이 늘어나며, 전보다는 더욱 자주 디자인 힐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 여전한 내추럴 룩 강세, Real Way
리얼 웨이, 흔히 런웨이 등 언론이나 매체에서 다루는 패션계의 유행과 상반되는 ‘일반적으로 소화 할수 있는 룩’을 빗대어 생긴 말이다. 올해 상반기의 리얼 웨이는 여전히 ‘내추럴’이 강세. 재작년부터 유행한 스트라이프는 점점 더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베이지, 아이보리, 크림, 살구색 등 현란함과는 거리가 먼 컬러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내추럴 컬러의 강세에서는 평소 이들 컬러를 소화해야하는 일반 대중의 부담감이 함께 엿보인다.
소재는 린넨, 거즈, 마 등이 주를 이루는 천연섬유가 강세를 보였다. 베이식한 컬러에 염색을 더할 필요가 없는 이들 소재들은 예전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패션시장의 이상향으로 남을 소재들.
‘편한 옷’은 이제 모두가 바라는 것인 듯 하다. 그렇게나 바디를 강조하던 바디컨셔스 실루엣들은 대체 어디로 가고, 남은 것은 루즈함과 편안함 뿐이다.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숄더 오픈 실루엣이나, 저지 소재의 루즈 원피스가 유행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또한 건강미가 새로운 섹시함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런던 올림픽마저 개최되면서, 다시 트랙 수트(운동복)의 유행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전처럼 지루한 타월 소재의 트랙 수트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귀여우면서도 톡톡 튀는 장식들이 달린 제레미 스콧의 트랙 수트 컬렉션을 보라!
웨지힐은 이전에는 여름에나 신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올해는 사뭇 그 양상이 다르다. 에스빠드류 소재의 웨지힐은 여전히 강세지만 그 외에도 에나멜, 가죽, 고무 등 여러 가지 소재로 된 웨지힐이 속속 출시되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여자들의 발에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올 여름 리얼 웨이의 승자는 웨지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