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연기돌’이 대세다. 노래만 잘하는 줄 알았던 아이들이 어느 새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는 것. 마냥 예쁘고 고운 줄만 알았더니 연기도 곧잘 한다.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정신을 차려 보면, 그 ‘연기돌’이 나오는 채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기돌’ 하면 대부분은 여자 아이돌을 떠올렸다. 국민 첫사랑으로 떠오른 미쓰에이 수지나 ‘드림하이’의 아이유, 티아라 지연 등이 그 대표적인 아이콘. 그러나 하반기에는 소년들이 대세다. ‘신사의 품격’(이하 ‘신품’)의 이종현이 이모들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면, ‘아름다운 그대에게’(이하 ‘아그대’)의 민호는 누나들의 심장을 움켜잡았다. 감초 연기로 깨알 같은 웃음을 주는 제국의 아이들의 광희와, ‘꽃선비’ 임시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연기자로 나선 소년들, 그들의 연기 첫걸음 패션은 어땠을까.
‘연기돌’의 첫 신호탄을 올린 것은 다름 아닌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임시완. 안타깝게도 비중이 적은 아역인 탓에 ‘해품달’ 제작발표회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브라운관에서의 허염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 덕일까? ‘적도의 남자’ 제작발표회에 당당히 등장한 임시완은 그 누구보다 빛났다. 이날 검은 야상재킷과 슬림 수트를 믹스매치해 등장한 임시완은 ‘해품달’때보다 더욱 성숙한 모습이었으나, 은근슬쩍 긴 소매를 그대로 소화해, 앳된 매력으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장동건 아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씨엔블루의 멤버 종현은, 사실 이전까지는 그다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멤버였다. 그러나 ’신품‘ 제작발표회에서 보인 수더분한 매력은 이때까지 왜 이종현이 이토록 존재감이 없었는지 궁금하게 했다.’얼굴만으로 충분하다‘라는 것이 콘셉트일까? 깔끔한 블랙 재킷과 별 특징이 없는 바지, 수수한 회색 티셔츠만으로도 빛나는 이종현은, 반짝거리는 원석 그 자체다.
샤이니는 멋진 무대 퍼포먼스로 유명하지만, 독특한 패션 센스로도 발군인 그룹이다. 드라마 ‘아그대’ 기자 간담회에서 만난 민호는 기품 있는 와이드 라펠 재킷과 벨벳 윙팁 슈즈로 멋을 냈지만, 특유의 발랄함과 쾌활함은 잃지 않았다. 핑크색 도트 무늬 셔츠와 청바지의 조합은, 웬만한 센스 아니라면 힘든 조합. 그야말로 ‘빛나는’ 샤이니.
비스트의 멤버 윤두준은 여태까지 정극 연기는 선보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도전하는 ‘아이리스2’에서는, 배우 장혁과 삼각관계를 이루며 맞붙는다. 그래서일까? ‘아이리스 2’ 제작발표회에서의 윤두준에게는 ‘짐승돌’의 면모는 온데간데없고, 웬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만 하나 자리했다. 이 ‘청년’의 모습에는 실크 라펠로 우아함을 살린 투버튼 재킷의 공이 크다. 게다가 몸에 딱 맞는 멋진 슬림 수트가 성숙미를 더한다. 만약 정말로 짐승이라면, 이날 윤두준의 패션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우아한 흑표범을 연상시킨다.
‘돈 크라이 마미’에 출연한 유키스의 멤버 동호는 딱히 좋은 감정을 가지기는 어려운 성폭행 가해자를 연기한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에 나쁜 이미지가 해가 됐으면 됐지 득이 될 리는 만무한데도, 동호는 선뜻 그 역을 맡았다. 사실 알고 보면 의외로 ‘이층의 악당’부터 ‘마이 블랙미니드레스’, ‘로열 패밀리’까지 많은 작품에서 얼굴을 비춰 온 동호는,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다. 어여쁘고 개구진 얼굴은 회색의 차분한 코트를 입고 좀 더 성숙해졌다. 곱게 길러 넘긴 머리카락 하나까지도 단정하게 넘긴 채 자신의 연기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은, 이제 어엿한 연기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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