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또한 이번 대회에서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피겨 단체전에 출전해 5개국이 진출하는 결선에도 진출한 바 있으며, 여성 싱글에서도 아사다 마오를 비롯해 3명이 출전해 메달을 노리고 있다. 일본의 이런 두터운 선수층은 오랫동안 피겨 선수들을 육성해온 성과로 김연아 혼자 버티고 있는 한국과 비교해 부러울 따름이다.
일본이 피겨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게 된 것은 이토 미도리의 등장이 계기가 됐다. 1985년 일본 여자 싱글 1인자가 된 이토는 당시 아시아인으로는 드물게 국제 대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비록 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5위에 그쳤지만 여자 선수로는 처음 트리플 악셀(3회전반) 점프를 성공시캬 주목받은 그는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91년 영국 버밍엄에서 개최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기모노를 입고 나가노 동계올림픽 유치 프리젠테이션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일본에는 아이스링크가 10개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경제적 호황에 힘입어 아이스링크를 짓는 지자체가 늘기 시작했고, 98년 나가노 올림픽 유치와 함께 200개가 넘는 아이스링크를 보유하게 됐다. 일본빙상연맹은 피겨 전용 링크장을 마련하는 한편 세계 유명 코치들을 영입해 선수들 기량을 대폭 끌어올렸다. 일본 기업들 역시 피겨에 엄청난 지원을 하기 시작했는데, 국제빙상연맹의 주요 스폰서들 중 상당수가 이들로 채워져 있다. 덕분에 일본은 두터운 선수층을 배경으로 남녀 싱글에서 세계 랭킹 상위권자들을 잇따라 배출하고 있다.
반면 4년 뒤 평창올림픽을 치르는 한국은 약 30여개의 아이스링크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며 피겨 전용 링크조차 없다. 게다가 김연아가 소치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예정이어서 한국은 당장 평창올림픽에 출전선수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프랑스 신문 ‘르몽드’는 김연아에 대한 기사에서 “한국은 스케이팅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과 예술을 지니고 있지만 피겨 스케이팅을 발전시키기 위한 특별한 정책은 갖고 있지 않다”며 김연아에게만 의지하는 한국 피겨의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피겨에 대한 일본의 오랜 투자의 산물인 하뉴의 금메달을 부러워하지만 말고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소치=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