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가 그리스와 3시간에 가까운 혈투 끝에 사상 첫 월드컵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수적 열세 속에서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28)의 선방이 빛났다.
코스타리카는 30일(한국시간) 브라질 헤시페의 아레나 페르남부쿠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16강전에서 그리스와 1대 1로 비기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5대 3으로 승리했다. 코스타리카는 과거 세 번의 본선 출전에서 1990 이탈리아월드컵의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8강 무대를 밟으며 기존 강호를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코스타리카는 그리스의 강한 압박수비에 고전했다. 우루과이·이탈리아·잉글랜드가 모여 ‘죽음의 조’를 형성한 D조를 1위로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체력을 소모한 코스타리카였다. 후반 21분 수비수 오스카르 두아르테가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까지 놓였다. 코스타리카 선수들의 체력은 후반 중반부터 급격하게 하락했다.
하지만 나바스는 달랐다. 나바스는 전·후반과 연장전까지 1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리스가 퍼부은 24개의 슛을 대부분 차단했다. 골문을 정확하게 노려 때린 13개의 슛 가운데 7개가 나바스의 손과 발에 가로막혔다. 후반 추가시간 1분 그리스 수비수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승부차기에서 그리스의 네 번째 키커인 테오파니스 게카스의 슛을 손으로 쳐내면서 조국에 8강 진출권을 안겼다.
나바스의 활약에 찬사가 쏟아졌다. 코스타리카의 호르헤 루이스 핀토 감독은 “그를 믿었다”는 짧은 말로 신뢰를 드러냈다. 적장인 그리스의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도 “나바스는 축하를 받을 만하다. 그가 없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그리스 선수들은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에게 16강 진출 보너스를 반납하고 대표팀 트레이닝센터 건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언론은 “비록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물질적 보상에 흔들리지 않은 영웅”이라며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