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귀화한 건각들이 인천아시안게임 육상 트랙을 휩쓸고 있다.
2일 열린 여자마라톤 금메달은 케냐에서 바레인으로 귀화한 에우니세 젭키루이 키르와(30)가 차지했다. 개인 최고기록이 2시간21분41초로 세계 최정상급 마라토너인 키르와는 2시간25분37초로 일본의 기자키 료코(2시간25분50초)를 따돌리고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왔다. 동메달도 케냐 출신 바레인 마라토너 라산 둘라 겜그추(27·2시간33분13초)가 차지했다. 키르와와 겜그추는 바레인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고 귀화시킨 선수들이다.
‘육상의 꽃’이라는 남자 100m에서 9초93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우승한 페미 오구노데(23)는 나이지리아에서 카타르로 귀화했다. 오구노데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200·400m 금메달을 휩쓴 바 있다. 그가 갈아 치운 이전 아시아기록(9초99)은 카타르의 사뮤엘 프란시스가 세웠는데 나이지리아 출신이다. 남자 5000m와 3000m 장애물, 여자 1만m와 3000m 장애물 및 1500m의 금메달 주인공도 모두 케냐, 에티오피라, 모로코, 수단 등 아프리카에서 카타르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로 귀화한 선수들이었다.
육상 트랙만이 아니다. 사격 남자 센터파이어 권총에서 우승한 올레그 엥가체프(47)는 러시아 출신으로, 카타르에 사상 첫 권총 종목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과 2일 금메달을 두고 맞붙은 카타르 남자 핸드볼 대표팀은 전체 선수 18명 중 14명이 귀화선수다. 몬테네그로, 프랑스, 스페인, 튀니지, 쿠바 출신 등 다양하다. 중동 국가들은 ‘오일 머니’로 영입한 선수들을 앞세워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잇따라 메달을 따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 가운데에도 귀화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여자 탁구 대표팀의 전지희(22)와 농구 대표팀의 문태종(39)은 2011년 각각 중국과 미국에서 귀화했다. 소프트볼 대표팀의 배내혜(29), 배유가(25) 자매는 재일교포로 2004년 일본 국적을 취득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일본 대표로 출전했지만 올해 5월 한국 국적을 회복해 이번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일본의 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 은메달에 기여한 하야카와 렌은 원래 이름이 엄혜련(27)으로 전주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비아시아권 국가 출신의 귀화 선수들이 메달을 휩쓸거나 새로운 기록을 써나가는 데 대해 대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