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둘째 하늘나라로…살아남은 모녀 극적인 ‘투병기록’

가습기 살균제 피해 둘째 하늘나라로…살아남은 모녀 극적인 ‘투병기록’

기사승인 2016-01-14 00:00:55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로 급성 중증 폐질환을 앓았던 모녀의 극적인 투병 이야기가 공개됐다.

서울아산병원은 병마와 싸워 이겨낸 모녀를 ‘Real Story’ 캠페인 10번째 주인공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5년간의 투병 기록을 병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주인공 백현정 씨는 “감당하지 못할 시련을 준 하늘이 미울 때도 있었지만, 잊지 말아야 할 기증자와 그 가족 분들, 그리고 주변의 도움이 너무도 크고 따뜻했기 때문에 살아갈 힘을 얻었다”며 “우리의 이야기가 지금도 투병 중인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살, 16개월 두 딸의 엄마였던 백 씨는 육군 상사였던 남편이 최전방에서 근무해 주말부부로 살며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2011년 초, 봄바람이 불어올 즈음 세 모녀의 마른기침소리가 집안을 집어삼켰다.

왜 아픈지조차 모른 채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 둘째가 먼저 입원했고, 백 씨와 첫째도 잇달아 입원했다. 그 무렵 전국에서 비슷한 증세를 보이던 몇 명이 사망했고, 확실한 치료방법이 없다는 뉴스가 브라운관에서 흘러나왔다.

그 후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이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를 유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일한 치료방법은 딱딱하게 굳은 폐를 새로운 폐로 바꿔주는 이식술 뿐이었다. 18세 이하인 두 딸은 기증자를 찾기가 어려워, 2011년 6월 어머니 백 씨만 먼저 서울아산병원에서 폐 이식을 받았다.

그러는 사이 두 딸의 폐는 빠르게 굳어갔다. 힘겹게 버티던 둘째가 끝내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아빠는 이 소식을 아내에게 전하지도 못하고 혼자 장례식을 치러줬다.

큰딸 주영이는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는 에크모(ECMO)를 100일간 달고 있다가, 기적적으로 기증자가 나타나 2011년 9월 폐 이식을 받았다.

모녀의 폐 이식 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소아 폐이식을 국내 첫 시행이었고 기증자의 폐가 커 자칫 주영이의 심장을 누르는 응급상황이 올 수도 있어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둘째를 잃은 상황에서 주영이 마저 떠나보내게 할 수는 없어 꼭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수술을 집도했다”고 말했다.

폐 이식은 다른 장기이식에 비해 수술 후 회복과 재활이 특히 중요하다. 폐는 외부 공기와 직접 접촉하기 때문에 감염에 주의해야 하며, 수술 전 긴 병상생활로 근육량이 크게 감소해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 한걸음씩 늘려가며 재활훈련을 해야 한다.

2011년 폐 이식을 받은 모녀는 아직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꾸준한 재활 끝에 이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만큼 회복했다.


병원은 2013년부터 완쾌한 환자들이 기부한 투병기를 통해, 현재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하는 ‘리얼스토리 - 희망을 나눕니다’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백현정씨와 전주영 양의 스토리는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www.amc.seoul.kr)와 유튜브, ‘리얼스토리’페이스북(/realstoryh)과 블로그(/amc_seoul)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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