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우울·불안 증세 호소…왜?

탈북자 우울·불안 증세 호소…왜?

기사승인 2016-02-23 00:25:55
탈북 과정서 겪는 폭력과 공포…정착 후 불안과 우울증세 호소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국내 의료진이 탈북민의 불면증 정도를 분석한 결과 탈북민이 일반인에 비해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4배 가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탈북민은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PTSD) 함께 앓고 있을 가능성도 높아 전문가의 치료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김석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탈북민 177명과 일반인 315명을 대상으로 불면증을 비롯해 우울증, 정신적 외상 등 심리적 상태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인에 비해 탈북민들이 불면증을 호소하는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 탈북민과 일반인에게 각각 불면증이 3주 이상 지속되어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었냐고 물었더니 탈북민의 38.4%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일반인은 8.8% 수준이었다.

게다가 불면증과 함께 우울증 증상이 나타난 탈북민이 28.2%에 달했고 이 수치는 일반인(3.17%) 보다 10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또 연구에 참여한 탈북민의 절반 가까이(40.1%, 71명)가 PTSD 증상을 보였고, 4명 중 1명꼴(25.4%)로 불면증이 함께 나타났다.

연구팀은 탈북민에서 불면증과 우울증, PTSD 등 정신건강 문제가 빈번한 까닭에 대해 위험과 폭력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 노출을 들었다.

북한 또는 탈북 과정에서 기아, 고문, 폭력, 인신매매를 등 충격적 사건을 직접 겪거나 공개처형과 같이 끔찍한 장면을 본 것들이 심리적 상처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탈북민들은 정신적 외상을 일으킬만한 사건을 평균 6.73개씩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북한에서 빈사상태에 빠질 정도의 굶주림을 경험했거나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의 사건이 발생했던 경우, 탈북 후 심각한 구타 또는 인신매매를 당한 경우라면 더욱 더 트라우마가 깊게 남는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국내 정착해서도 한국사회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해 심리적 불안감을 달고 사는 것도 병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김석주 교수는 “탈북민에게서 불면증은 일반인에 비해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면서 “동시에 불면증의 이면에는 뿌리깊은 우울증이나 PTSD가 숨어 있을 수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제 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한신경의학회가 발행하는 지 최근호 게재됐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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