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휴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피로가 풀리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참을 수 없는 피로, 관절·근육통, 두통, 림프절 압통, 인후통, 기억력 저하 등이 동반된다. 그런데 많은 다른 질환도 피로 증상을 동반하기에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내원한 환자수는 5만~6만명. 여성 환자가 3만~4만 명으로 남성 환자(2만~3만 명)보다 1.5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 만성피로증후군
만성피로는 피로의 증상이 적어도 6개월 정도 지속되거나, 자주 재발되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이보다 적은 기간 동안 피로 증상으로 호소하더라도 1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는 정상적인 피로 증상으로 보기 어렵다.
이렇게 지속되는 피로의 경우 갑상선 질환, 결핵, 당뇨 등의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대부분 병원에서 받는 검사를 통해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렇지만, 실제 지속되는 피로를 호소하는 대다수의 경우는 특별한 원인 질환을 찾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만성적으로 피로가 쌓이게 되면, 체내 자율신경의 조절기능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불면증,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흔하게 발생되며, 정신심리학적으로도 영향을 받아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며, 예민해지기 쉽고, 화도 잘 내게 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재우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더군다나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다 보면, 영양섭취 부족으로 인한 체중감소가 뒤따르게 되며,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의학에서 만성피로
한의학에서는 만성피로를 ‘노권상(勞倦傷)’이라 하였으며, 이는 피로, 권태감, 무기력, 불안초조한 상태를 가리킨다. 크게 인체의 원기(元氣)가 부족해져서 발생한 것으로 보지만 그 원인에 따라 ①육체적인 과로가 심하여 온 경우를 ‘노력상(勞力傷) 혹은 과로상(過勞傷)’, ①정신적인 스트레스 혹은 근심걱정이 많아서 온 경우를 ‘노심상(勞心傷)’이라고 구분했다.
따라서, 만성피로 상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부족해진 기운을 보충해야 하지만, ①과로상의 경우는 중초(中焦-인체의 복부, 중간부위)의 기운을 튼튼하게 하면서 부족하고 처진 기운을 끌어올려야 하며, ②노심상의 경우는 노심초사하여 생긴 인체 기혈(氣血)의 부족을 보충해야만 한다. 대표적인 치료 한약재는 인삼, 황기, 숙지황, 작약 등이 있다.
박재우 교수는 “피로 증상 외에 식후에 자주 졸립고, 기운이 빠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를 ‘식후혼곤(食後昏困)’이라고 하는데, 이는 비장(脾臟)의 기를 다스리며 보충해야한다. 백출, 사인과 같은 한약재를 중심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양 및 호르몬 상태 등 파악해 피로 원인 찾아야
적정 수면은 에너지를 충전하는데 도움이 된다. 햇빛을 쬐며 산책이나 스트레칭 등의 운동도 인체의 활력을 높이는데 좋다. 특히 점심식사 후 산보 등 간단한 운동은 밤에 잘 때 숙면을 도와준다.
커피와 같은 카페인 음료를 줄이고 과음과 흡연은 반드시 피하는 것이 좋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탄산음료 역시 비타민C와 대뇌중추신경을 자극하는 티아민을 결핍시켜 춘곤증이 심해질 수 있다.
박 교수는 “춘곤증과 만성피로증후군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오래 지속되면 몸에 이상증세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만성피로 자가진단
다음 항목 중 8개 이상이면 중간정도의 피로 상태를 의미하며, 12개 이상이면 심각한 피로 상태를 의미.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1.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다.
2. 머리가 맑지 않고 멍하다.
3. 집중력이 떨어져 일의 능률이나 진전이 없다.
4.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안 되며 더부룩하다.
5. 무기력하고 성욕이 감퇴한다.
6. 어깨나 목뒤가 결리거나 당긴다.
7. 피로로 인해 지속적인 신체활동이 어렵다.
8. 피로 때문에 업무나 육아 중에 짜증과 싫증이 난다.
9. 입안이 자주 헐고, 백태가 자주 낀다.
10. 운동이나 육체활동 이후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11. 자주 우울하고 이유 없이 불안하다.
12. 감기 등 병치레가 계속되고 잘 낫지 않는다.
13. 술을 조금만 마셔도 몹시 취하거나 숙취가 심하다.
14. 피곤해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15. 심장이 이유 없이 자주 뛴다.
◇만성피로에 좋은 지압법
피로한 경우 견정(肩井)혈과 태양(太陽)혈을 지압하면 피로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견정혈은 목 뒤부위, 일곱째 목뼈 가시돌기(spinous process of the 7th cervical vertebra)와 어깨뼈봉우리(acromion)쪽 끝을 연결하는 선의 중점이다. 태양혈은 양측 관자놀이 부위를 눌러주면 좋다. songbk@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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