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경북, 그리고 경주의 문화… 호찌민 상륙

한국과 경북, 그리고 경주의 문화… 호찌민 상륙

기사승인 2017-11-11 00:26:29

 

베트남 호찌민 전역은 지금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열기로 뜨겁다.

엑스포 홍보 배너가 도로 양쪽의 가로수를 따라 촘촘하게 걸려 있고, 그 사이 거리로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뒤섞여 달리고 있다.

역사적인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호찌민 곳곳은 각 행사장 별로 최종점검에 들어갔으며, 전시·홍보부스 및 무대설치 마무리 작업과 공연 팀 등의 최종 리허설로 분주한 모습이다.

베트남의 높은 무더위와 습도, 또 현재 우기인 현지에 종종 소나기가 퍼붓는 등 사실상 공사와 리허설 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가 힘들다.

엑스포 조직위는 이 같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공개최에 대한 염원으로 호찌민 측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해왔다.

이를 통해 민·관을 구분하지 않고 가동 인력을 총동원 했으며, 밤샘 작업에 임했다.

엑스포를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콘텐츠로 만들어 세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경북, 경북 속의 경주를 각인시키는데 온 힘을 쏟은 것이다.

◆ 행사 최종점검 “무더위도 소나기도 못 막아”
뮤지컬 ‘800년의 약속’ 팀은 지난 6일 호찌민시에 입국해 7일부터 호찌민 과학도서관 강당에서 연습과 리허설을 하고, 9일에는 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드레스 리허설을 진행했다.

행사 개막일 전야인 10일 오전 최종 리허설을 거친 뒤 오후 8시(한국시간 오후 10시) 호찌민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베트남 리 왕조의 마지막 왕자 리롱뜨엉(Ly Long Tuong·이용상)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한국과 베트남의 인연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연의 내용뿐만 아니라 한국의 무용가, 베트남 배우, 독일 음악가의 예술적 융합으로 만들어져 엑스포의 의미와 잘 부합되는 작품이다.

11일과 12일 공연은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6시)부터 90분간 펼쳐진다.

13개국, 15개 팀이 참여하는 세계민속공연 참가단 중 슬로바키아, 러시아, 중국 닝샤, 캄보디아 공연단은 10일 도착해 공연 리허설을 시작했다.

러시아와 캄보디아 공연단은 11일 개막축하공연 무대에 올라 전 세계인들과 만날 예정이다.

호찌민 시립미술관에서는 ‘한-베 미술교류전’ 준비가 한창이다.

회화, 공예, 민화, 자수, 누비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한국과 베트남을 대표하는 작가 250여명의 작품 350여점을 선보이는 이 전시 준비를 위해 호찌민 시립미술관에는 지난 8일부터 작품설치를 시작해 전시개막을 최종 점검 중이다.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 국가무형문화재 제107호 김해자 누비장, 실감나는 혼자수 기법으로 유명한 이용주 작가 등은 ‘한-베 미술교류전’이 열리는 호찌민 시립미술관을 찾아 무더운 호찌민 날씨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작품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 결혼이민여성 35명으로 구성된 다문화 통역홍보 서포터즈단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경북도 다문화가족지원기금사업인 베트남어 전문 통·번역사 교육 수료자 중에서 선발된 서포터즈는 기본 소양교육과 7차에 걸친 전문교육을 마쳤다.

이들은 통역홍보 전문요원으로 2회에 나눠 파견되며 1차는 11월~11~23일까지 13일간, 2차는 11월 23~12월 3일까지 11일간 응우엔후에 거리와 9.23공원에서 활동한다.

현지에서 진행된 안내 도우미 선발에는 100여명이 몰렸으며, 최종 6명의 현지 도우미를 선발해 종합안내소 3곳에 2명씩 배치한다. 행사 조직위는 개막식 의전에 투입하는 20여명을 대상으로 9일부터 행사내용과 관람객 응대 교육에 들어갔다. 

현지 사무국에는 한국 측 인력 20여명이 근무 중이다.

개막 때까지 20여명이 추가 투입돼 폐막식까지 행사준비와 행사장 운영에 전념한다.

9일에는 레 탄 리엠 호찌민 부시장과 호찌민시, 엑스포 조직위 관계자들이 주요 행사장인 응우엔후에 거리와 9.23공원을 둘러봤다.

레 탄 리엠 부시장은 한국문화존 준비상황, 바자르, 공연내용과 시간 등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행사장 디자인이 베트남과 한국의 특징이 조화를 이뤄 무척 아름답다. 행사장 설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행사장 점검 막바지에는 제법 굵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부시장 일행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점검을 계속했다. 그러면서 “준비에 수고한 한국 측에 감사한다”며 “행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마지막까지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자”고 말했다.

◆ 현지인 반응 후끈 “신짜오, 깜언 코리아”
개막식이 열릴 호찌민시청 앞 응우엔후에 거리는 외부에서 기본공정을 마친 시설물들을 반입해 지난 1일부터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해왔다.

이는 응우엔후에 거리가 호찌민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이기 때문에 현지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지인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9.23공원은 전시, 공연, 바자르 등이 마련되는 엑스포 주요 행사장 중 한 곳이다.

11일 오후 3시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각 부스는 10일 막바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 측은 이례적으로 이곳에 용접을 통한 시설물 건립을 허용했다.

바자르는 부스 설치작업을 완료하고 제품 진열에 들어갔으며, 부스 앞으로는 LED구조물과 특수조명을 이용해 ‘빛의 길’을 조성했다.

호찌민에 어둠이 깔리면 ‘빛의 길’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행사시작 전부터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발길을 이끌고 있다.

9.23공원을 찾은 미국인 리처드 던(48)씨는 “호찌민 뿐 아니라 베트남에 가족들과 자주 여행을 온다. 한국은 가본 적 없고, 북한얘기 말고는 잘 몰랐는데, 엑스포가 열린다고 했다”면서 “앞으로 일주일 더 머무를 예정이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엑스포도 보러 갈 것 같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엑스포를 통해 베트남 국민들을 비롯한 동남아인들에게 한국과 경북도, 경주를 알리고, 한국과 경북도, 경주에 대한 호감을 높이고 있다. 엑스포 조직위는 나아가 한국과 경북도, 경주의 문화와 관광, 기업 등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현지 상인들은 한 달간 이어지는 엑스포를 반기고 있다. 호찌민에서 전례 없는 대규모, 최장기간 행사가 열려 때 아닌 특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호찌민 중심인 1군에 위치한 G모 호텔 직원은 “11, 12월 모두 호텔의 예약이 완료됐고, 개막식이 있는 11월 11일 전후로는 인근 3·4·5성급 등 웬만한 호텔이 경우 빈 객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엑스포로 인해 호찌민을 찾는 한국인 공무원들과 취재진, 관광객들이 몇 달 전부터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택시운전기사 쩐 반 낌(51)씨는 “요즘 한국발 비행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공항에 가면 손님이 줄을 잇는다. 예년에 비해 2배가량 많다. 시내 곳곳에서도 주요 관광지와 응후엔후에 거리나 9.23공원 등으로 이동하려는 한국인들을 많이 태운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과 호찌민을 오가는 항공권 예약률도 행사 기간 90% 이상을 보이고 있다. 

경북도와 엑스포 조직위는 호찌민 현지 숙박과 운수업계 뿐 아니라 시내 전역의 식음료 매장 등이 행사기간 동안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찌민시 측도 지난해 대비 관광객이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찌민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둘러싸이면서 시민들도 들떠있다.

현지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 특히 호찌민 20~30대의 젊은 층의 반응이 더욱 호의적이었다.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6~11)가 열리고, 호찌민에서는 엑스포(11.11~12.3)가 열리는 만큼 베트남의 국가적 위상과 함께 호찌민의 도시 브랜드 가치도 향상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올해는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지 25주년을 맞는 해다. 한국의 경북도와 베트남 호찌민은 지금 문화와 경제교류를 통한 공동 번영을 꿈꾸고 있다.

이번 엑스포에 거는 양국 각계각층의 관심과 기대가 더욱 남다른 이유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호찌민-경주엑스포가 드디어 그 시작을 알린다”며 “엑스포가 문화를 통한 화합과 평화의 길, 경제를 통한 희망과 상생의 길을 여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호찌민=김희정 기자 shine@kukinews.com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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