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료기관 부대사업,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기자수첩] 의료기관 부대사업,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기사승인 2018-02-11 00:02:00
최근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화재가 났다. 밀양 화재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던 상황이어서 온 국민의 불안은 더 심했다.

이번 화재는 환자가 치료받는 병원자체 건물이 아닌 병원내 연결통로에 있는 일반음식점에서 발생해 다행히 피해자는 없었다. 하지만 병원이 환자와 보호자 편의를 위해 부대사업으로 임대하는 시설에서 화재가 났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병원내 일반음식점이 들어온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의약분업 이후 의료기관의 수익이 악화됐고, 다양한 수익보존원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선택진료비 등의 비급여가 대표적인데 이는 진료영영의 수입을 일부분 보존하는데 그쳤다.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의료기관으로서는 적자가 나는 의료행위도 유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기관들은 병원환경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비진료영역의 수입확대에 나서게 된다. 

많은 의료기관은 진료 등 의료행위로 인한 수익이 적자이다. 이는 소위 빅 5라는 상위 대형병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병원안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 사업을 가장 먼저 확대했다. 장례식장 이용 비용도 높아졌지만, 이용할 때 자신들이 거래하는 곳에서 음식을 주문하도록 강제하는 병원들도 적지 않다. 고인을 보내는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병원 규모가 커져가며 장례식장으로는 수익확보에 한계가 나타났고, 이때부터 병원 공간을 활용한 임대업에 큰 관심을 보이게 된다. 병원 규모가 확대되고 최신식으로 변하면서 환자들은 더 많이 찾게 되고, 진료를 대기하는 시간동안 머무를 장소를 식당 등의 임대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확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된다. 2014년 9월 정부는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을 목용장업, 숙박업, 여행업, 외국인환자 유치업, 수영장업, 체력단련장업, 종합체육시설업, 의료관광호텔에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운영하려는 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건물임대 사업을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으로 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한 것이다. 

당시 시민단체 등 많은 곳에서 이는 의료기관의 고유목적사업인 의료업 수행 관련성이 없고, 환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의 편의를 목적으로 하지도 않으며 특히 의료법인의 비영리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현재 법상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은 크게 7가지이다. 의료법 49조에 따르면 의료법인은 그 법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업무 외에 ▲의료인과 의료관계자 양성이나 보수교육 ▲의료나 의학에 관한 조사 연구 ▲노인복지법 제31조제2호에 따른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설치·운영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제1항에 따른 장례식장의 설치·운영 ▲주차장법 제19조제1항에 따른 부설주차장의 설치·운영 ▲의료업 수행에 수반되는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운영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그 밖에 휴게음식점영업, 일반음식점영업, 이용업, 미용업 등 환자 또는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종사자 등의 편의를 위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업 등이다.

이중 장례식장, 주자장, 음식점, 이용업·미용업 등 편의시설은 타인에게 임대 또는 위탁해 운영할 수 있다.

이 같은 부대사업은 의료기관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에 신고하면 된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시도에서 시설의 관리감독을 한다는 의미다. 

다시 돌아가서 이번 음식점 화재에서 만약 피해자가 나왔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할까. 아마도 해당 음식점에서 피해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으로 들어온 음식점이지만 임대 이후에는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은 명확하다.  

또 다른 문제는 음식점의 경우 위험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불을 사용하고, 가스도 사용한다. 자칫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확대될 위험이 큰 것이다.

그렇다고 작은 음식점은 다를까. 커피숍을 보자. 현재 병원규모가 좀 크다 싶으면 기본으로 들어와 있다. 병원의 특성상 커피숍은 환자를 기다리는 곳이 아닌 환자를 만나는 곳이 된다. 때문에 위치도 환자와 보호자가 많이 있는, 이동이 편한 많은 곳에 있다. 물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환자보다 방문객이 더 많다.

중요한 것은 환자와 방문객의 동선이 겹칠 경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뜨거운 커피를 들고 이동하다 다른 사람과 부딪칠 경우 화상의 위험이 있다. 피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환자’가 있는 병원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위험을 최소화할 의료기관이 오히려 부대사업으로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사고가 안나서’, ‘조심하도록 하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우리가 그토록 우려하는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고는 인재다. 점검을 안 해서, 위험을 인지했음에도 모른 척 지나가서 발생하는 것이다. 편의성이 안전보다 우선은 아니다. 현재의 상황이 올바른 것인지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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