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정유진 “그동안 회사원 역할 많이 맡은 이유는…”

[쿠키인터뷰] 정유진 “그동안 회사원 역할 많이 맡은 이유는…”

정유진 “그동안 회사원 역할 많이 맡은 이유는…”

기사승인 2019-03-21 07:00:00


“지금까지 맡았던 똑똑하고 당차고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돌직구를 날리는 타입은 제 모습이 아니에요. 평소에도 진짜 화장 안 하고 트레이닝 복만 입고 다니거든요.”

최근 서울 도산대로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배우 정유진은 드라마 속 이미지와 일상의 모습은 다르다고 했다. 실제로 정유진은 인터뷰 내내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며 자신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는지 생각하는 신중한 모습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툭툭 던지는 드라마 속 캐릭터와는 달랐다.

SBS ‘풍문으로 들었소’로 시작해 MBC ‘W’,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까지. 정유진은 지난 4년 간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최근 종영한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선 도서출판 겨루의 3년 차 편집자 역을 맡아 서브 여주인공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정유진이 그동안 맡아온 캐릭터는 언뜻 비슷해 보인다. 능력있고 당당한 커리어 우먼 역할. 평소 모습과 다른 이미지의 역을 맡게 되는 것에 대해 정유진은 자신의 외모와 직장인 역할에 잘 어울리는 발성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얼음 마녀’라는 별명이 상징하듯 이번 드라마에서도 정유진의 캐릭터는 비슷하다. 아무 이유 없이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건 아니다. 드라마가 인물들을 다루는 방식이 이전과 달랐다. 정유진은 “시기, 질투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드라마”라고 ‘로맨스는 별책부록’에 대해 정의했다.

“다른 드라마와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전 일 잘하고 똑 부러지고 초고속 승진을 하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잖아요. 전작도 그랬고요. 그런 인물은 주변에서 시기나 질투를 받아요. 그런 장면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드라마에선 다른 사람들이 저를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장면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 드라마가 착한 드라마, 따뜻한 드라마라는 얘기를 듣는 것 같아요. 극 중에서 억울한 일을 겪은 강단이(이나영)가 엘리베이터에서 제게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꺼내요. 회사 선배로서 오래 남으려면 이럴 때 버텨야 한다고 얘기하는 저에게 단이는 내가 바란 건 공감해주는 거였다는 얘기를 하죠. 송해린도 그 말을 듣고 인정하고요. 전 이런 장면이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잘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정유진은 짝사랑 차은호에게 서재에서 거절당하는 장면을 가장 연기하기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우는 연기로 표현하는 것이 너무 뻔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정유진은 감독과 상의 끝에 거절당한 이후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한 가지 어려웠던 장면으로 후배 사원이 실수했을 때 화를 내는 순간을 언급했다.

“극 중에서 저자 이력 실수를 한 지율(박규영)이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있어요. 전 그 장면이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일인가 생각했어요. 지율이에게 업무를 맡긴 게 저니까 제 실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라면 화내는 대신 스티커 붙이는 작업을 도와주지 않을까 싶었죠. 감독님이 어쨌든 제가 상사고 지율이는 후배인 상황인 데다가 저자 이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얘기해주셔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도 살면서 기본적인 것을 놓칠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기본을 먼저 체크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어요.”

정유진은 그동안 회사원 역할을 많이 맡아온 소감도 털어놨다. 주변 친구들에게 조언을 듣기도 하고, 잘 표현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연기하기도 했다. 

“배우는 다른 직업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게 좋아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제가 회사원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선 강 대리로 있었고, ‘서른이지만 열일곱’에선 무대디자인 대표로 있었죠. 제가 사실 회사를 오래 다니지 않아서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 정보를 많이 구했어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명감을 갖고 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가적인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5년차 배우가 된 정유진에겐 작은 꿈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해보는 것. 언젠가 그 역할을 맡으면 정말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아직 배우로서 갈증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실제 제 성격은 제가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 정유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이 있어요. 제가 시도해보지 못한 장르도 하고 싶고요. 그리고 배역의 크기나 중요성을 떠나서 제가 대중들에게 행복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보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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