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은 아주 미세한 외부자극에도, 아니 자극이 전혀 없어도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환자가 극도의 통증을 느끼는 병이다. 그 고통의 크기는 심한 경우 산통(産痛)의 수준을 넘나든다. 그럼에도 시각적으로 발병여부를 확인할 수단이 현대의학으로도 제한적이다. CRPS 환자가 꾀병 환자 취급을 받는 이유다.
이처럼 질병이 주는 고통에 주변의 싸늘한 시선까지 더해져, CRPS 환자들은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이 어려운 이중, 삼중의 아픔을 겪고 있다. 게다가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기도 쉽지 않다. 놀랍게도,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처분은 여타 질병 평균의 2.6배에 달한다.
이유야 어쨌든, 비용을 인정받지 못하는 치료를 의료진이 계속하기는 쉽지 않으니 고통은 결국 환자의 몫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5월 국회에서 진행된 토론회를 통해 치료비 삭감 문제를 비롯해 CRPS 환자와 가족들의 현실을 알릴 기회가 있었다.
보다 많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학계로부터 표준치료법이 제시되면 건강보험 치료비 심사과정에 반영하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있었다. 예전에 비하면 커다란 진전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에겐 CRPS에 대해 정립된 표준치료법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기관을 통해 공인받은 표준 치료와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CRPS 표준 치료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전문의들 사이에 없진 않았다.
하지만 그 결과물에 대한 이견과 논란만을 남긴 채 표준치료법 수립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어쨌든 적정치료를 받고 싶어도 무엇이 적정치료인지에 대한 합일점 자체가 없는 셈이다. 이래서는 환자들의 삶이 개선될 희망은 없다.
이에 글을 통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CRPS 표준치료법과 가이드라인 수립의 중심에는 CRPS 전문가들이 자리해야 한다. 즉 전문의 중에서도 CRPS 환자 진료와 연구 경험이 풍부한 이들의 의견이 최우선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마련됐으나 공인되지 못한 표준치료법 안(案)에 대해 정부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치료비 심사 등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환우회 역시 해외 환우회와의 다각적 교류를 통해 표준치료에 대한 많은 정보와 사례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 또한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도 여전히 공인(公認)하기에 부족함이 있다면, CRPS 전문의들을 통해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계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작금의 CRPS 환자들의 고통을 살피고, 표준치료법과 심사가이드라인 확정에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CRPS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어쩌면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치료’에 대한 기준이 바로 서는 것. 치료에 있어 최소한의 예측가능성이라도 확보하길 희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는 나와 있다. 이제, 정부와 학계의 결단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