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병기 진행, 검진 오진율 등 고려해 年 2회 정기검진 필요
가족력‧만성간질환‧지방간‧당뇨 있다면 고위험군
# A씨(26세)는 얼마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몇 개월 전 건강검진도 받았던 부친이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간암 가족력이 있지만 증상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검진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 의심이 든다. 병기 진행이 빨랐던 것일까, 아니면 오진이었을까?
간암이라면 ‘두 가지 이유’ 모두 해당될 수 있다. ‘소리 없는 암’으로도 불리는 간암은 초기 증상이 미약해 조기 발견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때 증상을 느끼기 때문에 사망률도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암은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한다.
특히 간암은 병기 진행이 빠르다.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 6개월 안에 암 크기가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다. 심재준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환자 10명 중 3~4년은 1년 동안 암 크기가 두 배로 커지고, 4명 중 1명은 3개월 이내에 두 배로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평균적으로 6~7개월 만에 암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심 교수의 설명이다.
암 병기는 종양의 개수와 크기를 통해 결정되는데 2cm 미만을 1기, 5cm를 넘어가면 위험한 상태로 본다. 개수도 3개 이상일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
심 교수는 “경험적으로 봤을 때 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빨리 자라는 암종에 속한다. 그 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쉽게 재생되는 간세포 성질 때문인 것 같다”며 “또 간은 혈액을 저장하는 조직이다. 위장관에서 흡수된 영양소가 풍부한 혈액이 간으로 운반되면서 간이 이 영양소를 저장하고, 암세포도 이에 영향을 받아 빨리 자라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양이 커지는 속도를 생각하면 6개월에 한 번씩 혈액검사, 복부초음파, MRI, CT 등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아주 초기에 발견하는 비율은 우리 병원 기준 전체 10%밖에 안 된다. 10명 중 한 명만 아주 초기에 발견되고 나머지 90%는 2~4기에 발견된다”고 밝혔다.
특히 검진의 오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간암 고위험군이라면 보다 정밀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심 교수는 복부초음파로 초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는 비율이 60%대 초반에 불과하고, 장비와 인력에 따라 4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부초음파가 완벽한 검사는 아니지만 현재까지 이를 대체할 만큼 좋은 검사가 없다. 혈액검사도 종양 크기가 커야 양성으로 나오고, 크기가 작은 종양에 대한 양성률은 25~30%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CT, MRI로 검진을 하면 초음파보다 세배 가까이 정확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모든 수검자를 대상으로 고가의 검진인 CT, MRI를 시행할 수 없기 때문에 혈액검사와 초음파를 받는 것이 좋다”며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간암 고위험군은 암으로 진행됐을 때 검진을 받은 환자와 아닌 환자 간 예후 차이가 크다. 선천적으로 초음파로 간이 잘 안 보이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은 정밀검사를 한 번쯤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문제는 병원을 안 다니시는 분들, 복부초음파 검진이 포함되지 않은 일반건강검진을 받는 분들이다. 본인이 간암 고위험군인지도 모른 채 암을 키울 수 있다”며 “40세 이상이고, 가족 중에 간염 등 만성간질환이 있거나 지방간, 당뇨 환자는 검진을 받아야 한다. 간수치가 높고 일주일에 소주 2병 이상 마시는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간암의 주요 증상은 오른쪽 윗배 통증, 팽만감, 체중감소, 심한 피로감이다. 이러한 증세는 대부분 암이 많이 진행된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증세에 의존하면 위험하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