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르스 잊었나… 中원인불명 폐렴 대처 ‘우왕좌왕’

[기자수첩] 메르스 잊었나… 中원인불명 폐렴 대처 ‘우왕좌왕’

기사승인 2020-01-09 00:02:00

중국 후베이 성 우한 시 화난 수산시장에서 발생한 원인불명 폐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일주일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3일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의 말. “중국 당국이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들의 말을 믿고 그 수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7일에는 “의심환자는 없다”고 했다. 다시 8일에는 “중국인 유증상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질본은 불과 5일 전만해도 입·출국자에 대한 문자메시지 안내도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위기대응생물테러총괄과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려면 최소한 질병명이라도 알아야 한다”며 당시로선 외교부와의 협조가 어렵다고 했다. 

7일 의료기관에서 중국인 여성에 대한 신고가 있기 전만 해도 ‘게이트 검역’이 사실상 질본이 취한 핵심 대처의 전부였다. 게이트 검역이라고 해봤자, 항공기 출입구 앞에서 발열검사를 하는 것이다. 입국장에서 출입구로 장비를 옮겼을 뿐 ‘검역 강화’라는 질본 보도자료의 표현은 민망한 수준이었다.  

현재도 이 미스터리한 바이러스의 정체는 미궁에 쌓여 있다. 그러나 질본은 중국 보건당국의 발표에만 전적으로 의존, 그에 따라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키로 작정한 것 같다. 관련해 우한 시와 인접한 홍콩에서 “절박한 상황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호팍렁 홍콩감염센터 이사) 인식은 매우 대조적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대사관에 방역관이 파견되어 있는데, 정작 감염병 주무기관인 질본이 감염병 정보수집을 위한 방역관을 파견하지 않는지 의문을 표했다. 김 교수는 “공항, 항만, 일차의료기관에 대해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질본은 현재까지 항만 검역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한 적이 없다.   

앞서 질본의 최초 발표가 있던 날 왜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묻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27명 이외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지 여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엇을 알아야 선제적 조치를 하지 않겠느냐.” 이후 환자는 44명, 59명으로 계속 늘어났다. 

이래선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다해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상황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는 행태는 언제쯤 바뀔까. 감염병이 이 틈을 타고 확산된다면, 질본은 감당이나 할 수 있겠나.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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