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및 감염병 대책 수립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11일 오전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로 출발했다. 이날 파견되는 25명의 의료진(의사 1명, 간호사 24명)은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2주 이상 근무하면서 중증환자를 치료할 예정이다. 배웅을 위해 나와있던 정기현 원장은 기자에게 의료진에 대한 걱정과 신뢰 등 복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정부의 중장기적 감염병 대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취약계층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말했다.
-동료들을 보내는 심정은.
파견 가는 선생님들 모두 아들, 딸 같이 느껴진다. 건강이 가장 걱정된다. 다들 건강하게 근무하다가 돌아오기를 바란다. 워낙 전문가들이니 별 탈 없이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인력 파견 결정이 쉽진 않았을텐데.
의료원에도 중증환자들이 입원 중이고, 경증환자들도 치료 중이라서 의료진 한명 한명이 모두 귀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대구가 의료 현장에 인력 보충이 가장 시급한 곳이다. 또 오늘 대구에 파견되는 선생님들 모두 파견을 자원한 분들이다. 이 분들의 의지가 그렇다고 하니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의료원에 남은 인력들이 업무를 적절히 분담하고 서로 도우면 된다.
-때마침 서울 구로구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대구 파견을 앞두고 어제 갑자기 서울 지역 확진자가 늘었다.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확진자들의 연령대가 모두 젊고, 중증 환자가 아직까지는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코로나19를 이겨내는 데는 기초체력이 중요하다. 젊은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자보다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좋기 때문에 예후가 좋다. 모두 무사히 완치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감염병 정책, 어떻게 보나.
우리 정부는 공중보건의 기초적인 제반을 다지지 않고,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단기적으로 대응하기에 급급하다. 신종 감염병이 5~6년마다 발생하고 있는데, 그 때마다 계획만 거창하게 마련한다. 사태가 잠잠해지면 계획은 흐지부지 덮어버린다. 이 같은 행태가 되풀이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답답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저소득층, 노인층 등의 의료취약계층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고, 국립중앙의료원과 같은 저렴한 공공 서비스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의료원 이전 계획 무산... 할 말이 많을텐데.
감염병 전문병원, 중증외상센터 등은 단일 기관으로 설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母)병원에서 뻗어 나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모병원이 될 공공 의료 제반부터 제대로 구축·지원되지 않았다. 이들 공적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은 정치인들과 관료들 모두 알지만,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 없다. 개인의 정략적 계산에 따라 추진이 좌지우지 되고 있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부지가 없거나 의료원을 이전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일을 결단력 있게 추진하지 않았고, 서울시장이 정의보다 정치를 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19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
대응을 열심히는 하지만, 잘 하고 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마스크 수량이 몇 개고, 가격이 얼마인지에 대대적인 관심이 몰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연일 우리나라의 진단검사 역량과 진단키트 제작 기술이 세계 1위라며 칭송하고 있다. 문제는 방역용품이나 질 높은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닿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체계가 갖춰져 있어, 외적으로 볼 때는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내적으로는 허점과 불안정 요소가 상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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