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앞으로, 지금부터 앞으로

[쿡리뷰]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앞으로, 지금부터 앞으로

‘온워드’ 앞으로, 지금부터 앞으로

기사승인 2020-06-12 08: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되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애니메이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감독 댄 스캔론)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지만, 자꾸 뒤를 돌아보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그림자에 자꾸만 숨는 소년에게 영화는 말한다. 지금 현재를, 자신의 주변을 한 번 둘러보라고.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이하 ‘온워드’)는 성격, 취향 모두 다른 형제 이안(톰 홀랜드 분)과 발리(크리스 프랫 분)가 마법으로 돌아가신 아빠를 하루 동안 불러내기 위해 애쓰는 내용이다. 마법이 실패해 발부터 허리까지 절반만 소환된 아빠를 완전히 되살리기 위해 두 사람은 하루 동안 모험을 떠난다.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감독 리 언크리치)가 죽은 사람에 관한 기억을 다룬 과거형 영화였다면, ‘온워드’는 죽은 사람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현재형 영화다. 돌아가신 아빠에 대한 몇 가지 기억을 갖고 있는 형 발리와, 아무런 기억도 없는 이안이 보여주는 성격 차이는 부재하는 누군가의 존재감을 상징한다. 영화는 아빠를 되살리겠다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두 형제가 가진 서로 다른 세계관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을 그린다. 그 세계엔 엄마도, 경찰인 엄마의 새 애인도 들어올 수 없다. 오직 두 사람만이 걸어야 하고 제목처럼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새로운 길은 놀라운 상상력으로 가득한 판타지로 채워진다.

‘온워드’는 애니메이션 ‘업’(UP, 감독 피트 닥터, 밥 피터슨)처럼 오프닝에서 빠르게 영화 속 설정을 요약한다. 과거에 활발했던 마법과 모험이 어떤 과정으로 사라졌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정작 엘프인 주인공부터 켄타우로스, 트롤, 요정 등 수많은 종족이 함께 살고 있는 ‘온워드’의 세계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과 같다. ‘니모를 찾아서’부터 ‘주토피아’ 등 픽사 애니메이션이 그랬듯 ‘온워드’ 역시 현실을 조금 비튼 새로운 세계에서 거침없는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나간다. 오프닝에선 그어놓은 선을 정확히 지키기 때문에 황당한 전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갖은 고생으로 가득한 모험 끝에 이안이 보여주는 마지막 선택은 영화를 처음부터 돌이켜보게 하는 전환점이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은 ‘온워드’에서도 한 소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동시에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방향을 가리키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 역시 반복한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애니메이션 수작이 탄생했다.

오는 17일 개봉. 전체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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