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추석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수개월째 이어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귀성을 미루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고령의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자식들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다. 어쩔 수 없이 '거리두기 명절'을 보내야 하는 이번 추석에는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부모님의 '아이고' 소리에 주목해보자. 심각한 질환을 알리는 단서가 숨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ㅇ자로 휜 무릎, ㄱ자로 굽는 허리..."노화 아닌 질환일수도"
나이가 들면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기 마련이다. 문제는 관절이나 척추의 변형도 함께 나타난다는 점이다. 단순한 노화가 아닌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릎,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간과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먼저 부모님이 무릎 통증을 호소한다면 무릎의 모양을 세심히 관찰해보자. 무릎이 ㅇ자로 벌어지고 통증이 심한 경우 '말기 관절염'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똑바로 섰을 때 무릎 사이에 주먹 하나 정도의 공간이 남을 정도로 무릎이 심하게 벌어졌다면 이미 관절염이 말기로 진행되고 통증도 심할 가능성이 크다. 노화로 인한 다리모양 변형은 인공관절 수술 등으로 교정할 수 있다. 방치한 경우 짧은 기간 내에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허리가 ㄱ자로 구부러지거나 엉덩이와 다리에 저린 증상을 호소할 때에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노화로 인해 근육량이 감소하고 근력이 떨어지면 척추를 지탱해주는 허리 인대와 근력이 약해지면서 허리가 굽는 증상이 나타나곤 한다. 이 때 단순한 근력 약화의 경우 허리 근력을 향상시키는 운동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하고, 엉덩이와 다리가 저린 증상을 호소한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수신경 주변의 인대와 관절이 노화로 인해 점차 탄력을 잃고 비대해지면서 척추관이 좁아지고, 그 안을 지나는 신경이 눌리면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줄기 때문에 걸을 때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굽히게 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통증으로 허리를 펴기가 어렵고 마비까지 올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박진규 부평힘찬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골절 정도가 경미하면 약물 치료와 침상 안정으로 호전될 수 있고, 증상이 심한 경우엔 척추 뼈에 가느다란 주사 바늘로 특수 골 시멘트를 주입해 상태를 복원하는 척추성형술이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시력은 어떠세요'...화상통화로 눈건강도 짚어야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지 못한다면 화상통화로 얼굴을 보면서 안부를 묻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화상 통화 중 '눈이 침침하다','찌그러져 보인다', '시야가 좁아보인다'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면 노인성 안질환일 수 있으므로 간과해선 안된다.
대표적 노인성 안질환은 황반변성이다. 황반은 망막 내 초점이 맺히는 중심부를 말하며 글씨를 읽거나 사물을 식별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황반에 노폐물이 축적되고 변성이 오는 질환이다. 발병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습성 황반변성에 이르면 글씨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시야의 중심부가 갑자기 흐려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글자가 흔들려 보이고 직선이 굽어 보인다 ▲사물의 가운데 검거나 빈 부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물의 모양과 색이 이상하게 보인다 ▲시야의 중심부에 검은 점이 나타난다 ▲책이나 신문에서 공백이 느껴진다 ▲명암 구별이 어렵다 등의 증상이 있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녹내장도 주의해야 한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 등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데 증세가 심해지면 실명에 이를 수도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만성 녹내장의 경우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다가 말기에 시야가 좁아져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야가 좁아져 길을 걷다가 자주 부딪히는 증상이 빈발하므로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면 주의깊게 살펴야한다. 녹내장의 경우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안압을 떨어뜨리는 약물치료가 일반적이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레이저 치료나 수술을 통해 안압을 조절하기도 한다.
강동성심병원 안과 나경익 교수는 “녹내장은 초기 자각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완치가 되지 않는 질환으로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미 녹내장으로 진단 받은 환자들도 더 이상의 시신경 손상을 막기 위해 꾸준한 치료를 통해 안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임플란트'심었다면 3~6개월 간격 검진 권유
음식 등을 씹는 저작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뇌기능 향상을 통해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 노년기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더욱이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 타액(침)과 함께 잘 섞이도록 함으로서 소화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치아가 빠지거나 잇몸뼈가 가라앉아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이처럼 자연치아를 유지하기 어려울 때 가장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치료가 임플란트 시술이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심었다고 끝이 아니다.
특히 임플란트에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잇몸과 임플란트 뿌리까지 세균이 침입해 염증을 일으키기 전까지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턱뼈에 치아를 고정시키고, 염증을 억제하는 치주인대가 없어 염증을 유발하는 세균이 임플란트가 심어진 뼈까지 쉽게 도달한다. 자연치아에 비해 염증이 쉽게 발생하는데 증상은 늦게 발생하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임플란트를 한 사람의 50%이상은 임플란트 주위염이 생긴다고 알려져있다. 만약 임플란트 후 1~2일 이상 이를 닦을 때마다 피가 나고, 잇몸이 부어오르거나 연분홍색에서 진한 붉은색으로 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임플란트 주위염일 가능성이 있다. 이상을 느끼지 않아도 3~6개월 간격으로 치과 검진을 받고 스케일링으로 치태·치석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백영걸 용인동백 유디치과의원 대표원장은 “잇몸뼈가 심하게 부족한 환자도 정상에 가깝게 잇몸뼈를 만든 후 임플란트 식립이 가능할 수 있으나 한번 망가졌던 뼈는 만들어 낸 후에도 또 다시 망가질 가능성이 크므로 사후관리에 더 많이 신경 써야 한다”고 임플란트 사후관리에 대해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