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학교는 복구됐고, 아이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평화를 되찾은 목련고등학교를 비추며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는 막을 내렸지만, 시청자들에겐 숙제가 남았다. 그래서 일광소독은 대체 정체가 뭐고, 오리는 왜 자꾸 등장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인가. 그리고 ‘좋아진다’ 체조와 OST는 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걸까. 소설가 정세랑이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읽어봐야 할지, 아니면 이경미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봐야 할지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드라마를 보고 읽으면 좋을 ‘보건교사 안은영’ TMI 가이드를 Q&A 형식으로 준비했다.
(다음 내용에 ‘보건교사 안은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Q. 틈만 나면 등장하는 오리의 정체는 대체 뭔가요.
A. 원작 소설에 ‘오리교사 한아름’이란 챕터가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학교 교정에 오리 한 마리가 나타나고 그것을 생물 선생님인 한아름이 담당하게 된다는 에피소드죠. 이경미 감독이 ‘보건교사 안은영’에 투입됐을 때는 이미 원작에서 어떤 에피소드를 드라마화할지 대강 정해진 상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리교사 한아름’ 에피소드를 좋아했던 이 감독은 “제가 오리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남기고 싶다”고 했고, 그 결과 학교에 오리가 이유 없이 돌아다니는 장면들이 들어가게 됐다고 하네요. 참고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오리는 모두 실제 오리입니다. 촬영을 준비할 때부터 오리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분을 섭외해서 새끼 오리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며 털이 반질반질하게 키웠다고 하네요. 야외 촬영의 경우 바닥이 뜨거운 만큼 당일 오리의 컨디션에 따라 몇 마리가 등장할지 결정됐다는 후문입니다.
Q. 일광소독과 안전한 행복의 정체는 뭔가요.
A. 쿠키뉴스가 만난 이경미 감독의 말에 따르면 “안전한 행복 안에 일광소독이 있었고 파벌싸움으로 찢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서로 협조하는 조직이었지만, 학교의 이사장인 홍인표(남주혁)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둘이 찢어지며 싸움이 시작됐다고 하네요. 특별한 기운을 가진 학교의 지하실을 얻고 싶다는 욕심이 싸움의 원인이었습니다. 지하실의 기운이 큰 만큼 그것을 얻고 싶은 욕심도 컸다고 합니다. 자신들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안은영(정유미)과 홍인표가 만났을 때 생기는 놀라운 기운 때문에 안전한 행복도 둘을 함부로 다루지 못한다고 해요. 원작 소설엔 지하실 청소를 일광소독에 맡기라는 할아버지의 유언은 그대로 등장하지만, 안전한 행복은 드라마에만 있는 집단입니다. 이경미 감독은 이 이야기가 시즌2에서 더 친절하게 설명될 거라고 귀띔했어요.
Q. 목련고 학생들처럼 ‘내 몸이 좋아진다, 좋아진다’ 하는 체조를 하면 정말 몸이 좋아질까요.
A. 괴이하고 이상한 ‘이경미 월드’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독특한 장면이지만, 놀랍게도 실제로 존재하는 체조입니다. 각본 회의 도중 ‘스크립터 김소연씨’가 학교 다닐 때 이런 체조를 했다며 직접 보여줬고, 그 모습이 재밌게 느껴진 이 감독이 그대로 넣었다고 하네요. 체조를 마친 후 다 함께 크게 웃는 장면도 실제로 김소연씨의 학교에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다만 학생들이 체조를 하면서 짓는 표정과 웃음소리는 일부러 더 기괴하고 연출한 결과물입니다. 이 감독은 멀리서 보면 학생들이 행복해보이지만, 실제론 얼마나 불편하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Q. 드라마를 꺼도 ‘보건, 보건교사다’ ‘잽싸게 도망가자’ OST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요.
A. 주요 장면에서 웅장하게 깔리는 ‘보건, 보건교사다. 나를 아느냐. 나는 안은영. 젤리젤리젤리젤리’ 노래의 가사는 의도치 않은 결과물입니다. 매번 OST 가사를 직접 쓰는 이경미 감독에게 장영규 음악감독이 샘플을 들려주며 어느 부분에 가사가 들어가는지 설명해줬다고 합니다. 예시로 들어가 있던 ‘아무말 가사’가 마음에 들었던 이경미 감독이 그걸 그대로 넣었다고 하네요. 이 감독은 처음부터 ‘보건교사 안은영’이 중독성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몇 시간 동안 스태프들과 함께 ‘텔레토비’를 보며 고민했다는 후문입니다.
Q. 1~5회와 6회의 느낌이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요.
A. 1~5회는 모두 원작 소설에 담긴 에피소드를 재구성한 것이지만, 6회의 대부분은 드라마를 위해 창작된 내용입니다.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은 거대한 음모론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한 편의 영화에 가깝다면,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은 하나의 세계관을 각기 다른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옴니버스 형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경미 감독은 시즌2 제작을 염두에 두고 6회의 일광소독과 안전한 행복 이야기를 넣었다고 합니다. 시즌1에서 다뤄지지 못한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하네요.
Q. 드라마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원작 소설을 꼭 읽어야 할까요.
A. 꼭 읽진 않아도 됩니다.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은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을 원작으로 영상화한 작품이지만, 조금씩 달라진 측면이 있습니다. 안은영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세계관과 학생들의 에피소드 등 기본적인 설정과 이야기는 같지만, 드라마 나름대로 생명력을 갖고 움직이는 새로운 이야기로 볼 수도 있어요. 이경미 감독 역시 원작은 명랑 판타지라고 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이상하고 어두운 부분이 많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대신 드라마의 여운이 짙거나 미처 풀어내지 못한 래디의 에피소드, 마지막 거대한 전투 등 시즌2에서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 에피소드들을 원작을 통해 미리 접해볼 수 있겠죠. 성별이 달라진 인물이나 설정이 미묘하게 달라진 장면도 눈에 띌 수 있고요. 드라마만큼, 취향에 따라 그 이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니 한 번 책을 살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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