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시대에 살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겠지’, ‘방역수칙을 어겼겠지’ 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만약 단체로 감염됐다고 한다면 그들에 대한 혐오적 발언은 수위가 더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들 모두 감염을 원한 것도 아니고, 이들의 잘못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감염되리라 생각하고 방역수칙을 어긴 것도 아니며, 심지어 방역수칙을 어기지 않았음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도 간간이 들려온다.
올해 2월 대구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의 중심에 ‘신천지’라는 종교가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신천지’에 대한 혐오가 싹텄다. 또 5월 이태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클럽에 간 젊은이들을 탓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들 모두 코로나19를 원해서 걸린 것도, 일부러 걸린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19와 관련해 대규모 감염 사례 없이 소규모 감염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 확진자 수는 400~500명대에서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꾸준하게 일일 신규 확진자는 나오고 있다. 감염인에 대한 혐오 정서는 많이 누그러들었지만, 여전히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댓글이 뒤따른다.
감염인에 대한 혐오가 지속된다면, 감염됐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받는다면, 감염자들은 스스로 숨어들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확진자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확진자가 적절히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만이 현재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다.
지난 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었다. 에이즈도 코로나19와 마찬가로 병에 걸렸다고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또 하나의 질병 중 하나다. 코로나19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큰 비난을 받기는 하지만 말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은 HIV바이러스로 인해 면역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받는 진단명이다. HIV바이러스 보균자와 에이즈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HIV바이러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바이러스일 뿐이고, 에이즈는 질병이 된 이후의 진단명이다. HIV바이러스 보균자라 하더라도 에이즈 환자가 아닐 수 있다.
에이즈는 대개 동성애, 문란한 성행위를 통해서 걸린다고 오해한다. 또 절대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보니 동성애자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에이즈로 인해 사망하는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HIV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약을 통해 관리하면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고, HIV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만큼 수치가 내려가면 전파력 또한 없다.
감염인에 대한 혐오는 그가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공포에서 온다. 자신의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 치료하고 있다면 전파되지 않는다. 감염인의 인권이 침해될수록, 치료 접근성이 줄어들수록 질병은 여전히 우리 사이에 여전히 남아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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