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상의원(尙衣院, 2014)’ 과 옷(衣)이야기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상의원(尙衣院, 2014)’ 과 옷(衣)이야기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0-12-30 16:17:34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의식주(衣食住)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세 가지 요소를 뜻하는데, 이 중 옷(衣)이 제일 앞에 있는 이유는, “옷이 삶의 기본 요소인 동시에 신분 계급 등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며, 예를 중시하는 유교의 영향으로 이런 표현이 관용적으로 굳어졌다.”(정석원 한양대 교수) 이렇게 중요한 옷을 만드는 조선시대의 관청이 상의원(尙衣院)이며, 영화 <상의원(2014)>에서는 이를 배경으로 옷을 통하여 아름다움을 향한 최고의 대결이 펼쳐진다.

30년 동안 왕실의 옷을 지어온 상의원의 어침장 조돌석(한석규)은 6개월 후 양반이 된다. 왕(유연석)은 선왕의 3년 국상을 마치고 곤룡포를 새로 맞추어 입게 되고, 왕비와 대신들에게도 새 옷을 선물한다. 새 옷을 선물 받은 왕비(박신혜)는 왕에게 보답하기 위해 궁녀들에게 왕의 낚은 면복을 손보게 했는데, 궁녀들은 실수로 면복을 불태운다. 돌석이 하루 만에 면복을 다시 만들 수 없다고 하자 왕비는, 판수(마동석)의 추천으로 입궐한 이공진(고수)에게 맡기고, 그는 하루 만에 완벽하게 면복을 만든다. 면목이 마음에 든 왕은 사냥복까지 맡긴다. 또한 공진이 왕비를 위해 만들어준 새로운 옷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빛나게 해준다. 공진의 옷이 궁중뿐만 아니라 궐 밖에서도 유행하게 되자, 내명부의 법도가 무너지고 사치가 극에 달한다며 상소가 빗발친다. 왕명에 의해 돌석이 공진이 만든 모든 옷을 불태우자, 공진은 궐을 나온다.

한편, 청나라 사신을 위한 대형 진연을 앞두고 대신들은 왕비를 바꿀 음모를 꾸민다. 돌석이 소의의 진연복을 짓는 것을 알게 된 공진은, 진연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왕비를 찾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어 드리겠사옵니다.”라며 설득하여, 의복을 준비한다. 공진은 왕비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백원삼’을 완성하고, 왕비는 진연장에서 모든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다.

반면, 공진의 그림을 모사한 돌석은 자신의 재능에 회의를 느낀다. 진연이 끝나고 왕비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드리러 온 공진을 본 왕은 왕비와의 사이를 의심한다. 결국, 왕은 ‘만들지도 않은 옷에서 독침이 나왔으며, 그 옷을 받친 사람이 영의정’이라는 음모를 꾸며 공진과 영의정 일파를 제거한다.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한 살리에리처럼 돌석은 왕의 하수인이 된다.

이 영화는 잊혀진 ‘상의원(尙衣院)’을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옷이란 ‘몸을 싸서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해 피륙 따위로 만들어 입는 물건’이다. ‘상의원’은 조선 태조 때 세워져 왕실의 의복과 재정을 담당했던 관청이었다. 총68종의 일을 하는 597명의 장인들이 있었는데, 직물 및 제직 5종 220명, 염색 및 도료 4종 26면, 옷감 손질 및 복식 제작 7종 74명, 관모류 6종 20명, 가죽 및 모피류 9종 40명, 신발류 3종 22명, 무기류 5종 61명, 금 은 보화류 10종 54명, 기타 10종 54명, 빗류 2종 4명, 악기류 1종 8명, 마구류 2종 4명(김소현, “조선시대 상의원의 왕실복식 공급체계 연구, 한국복식학회, '복식', 57(2), 2007, p.15.)으로, 총31종 380명이 복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상의원에서는 ‘① 진상으로 왕실 행사에 왕실 가족들에게 의복, 일용품 및 금, 은 보화 등의 각종 물품을 공급, ② 복식 물목의 제작, 보관, 세부재료 조달’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하였다.(이민주, '용을 그리고 봉황을 수놓다',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3, pp.180~194. 참고) ‘상의원’은 ‘최하계층 천민이 양반이 될 수 있는 기관’이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데, 장영실이 배출된 공간이기도 하다.(‘제작노트’ 중에서)

이 영화는 순제작비 72억 원 중 약 10억 원이 의상제작비로 쓰였다. 특히, 진연장면에서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왕비의 백색 진연복은, 웨딩드레스를 연상시키는데, 우아한 3000여개의 진주와 비즈로 장식하고, 약 15겹의 원단을 겹쳐 만들었으며, 무게는 40kg이었다. 또한, 왕비의 가체의 무게가 20kg(보통 사극에서는 5kg 가량)이나 되었다.

왕비로 출연한 박신혜는 “기품이라는 걸, 제 스스로가 아니라 옷 안에서 울려 나오는 기쁨을 한껏 느낄 수 있었으며, 정말로 저를 왕비로 만들어준 것 같고, 옷의 계급이 무엇인지, 옷의 아름다움으로 사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 지도 촬영하면서도 많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옷의 소중함을 잘 표현한 말이다. 최근 중국이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중국 명나라 복식을 개량한 것이라는 억지를 벌인 터라,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왕비의 진연복 등을 통하여, ‘한복’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주었던, <상의원(2014)>은 더 큰 의의가 있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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