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병원 감염‧돌봄 사각지대 해소될까 

코로나 1년…병원 감염‧돌봄 사각지대 해소될까 

병문안 문화 자리 잡히고 비대면진료 환경 구축, 돌봄공백 해소

기사승인 2021-01-07 04:36:01


[쿠키뉴스] 유수인·전미옥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이 1년째 지속되면서 의료‧돌봄 현장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한차례 개선됐던 병문안 관리는 더욱 철저해지고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의 감염관리도 강화됐다. 또 전화처방 등의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서 원격의료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 넣었다. 반면, 돌봄서비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시대에도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로 달라진 의료‧복지 현장을 짚어봤다. 

우선 의료기관 내 감염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혔던 ‘병문안 문화’가 자리 잡혔다. 병원 입원실 내 전파, 병문안을 통한 전파가 발생했던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면회시간 제한 등의 개선이 있었지만 아픈 환자를 위해 꽃이나 음식을 가져오는 면회객 관리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부터는 면회 규정이 한층 까다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면회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병원들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원내 감염 예방을 위해 입원환자 면회를 보호자 1명에게만 허용하는 강도 높은 예방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기관 방문자들에 대한 감염 관리도 강화됐다. 작은 병원, 큰 병원 할 것 없이 모든 의료기관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열, 기침 등 증상 여부와 병원 방문 목적 확인 절차도 밟아야 한다. 

코로나 상황은 그간 법적으로 제한됐던 비대면 진료도 가능케 해 새로운 진료환경 구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감염 우려로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난해 2월24일부터 ‘전화상담 및 전화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시행되면서 의료기관 내 혼선은 지속됐고, 원격진료를 반대하던 의료계도 긴급상황에 대비해 비대면 진료시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대면 진료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얼굴을 보고 진찰을 해야 충분한 진료가 이루어지지만 특수한 상황이라면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면서 “사람 간 전파가 이루어져 대면 진료가 어렵다면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실제로 경증환자를 치료한 생활치료센터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의료기관 내 감염 우려로 환자들이 내원을 하지 않아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 이런 분들은 받아야 할 진료를 못 받아 오는 건강상 손실이 더 크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약을 처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면서 “비대면 진료를 계속 이어가는 것에 있어서는 고민이 있지만 IT기반 원격진료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다. 코로나19처럼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I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병동 출입 시스템'. 한림대의료원 제공.

국내 대형병원들은 비대면 서비스를 위해 모바일 및 키오스크를 활용한 사전 문진시스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한 병원 출입시스템, 원격 건강관리, 비대면 진료서비스 등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평성모병원의 경우 의약품처방조제시스템(DUR)을 연계한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병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외국 방문력과 자가격리 여부 등이 확인 가능해 만일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스피드게이트와 안면인식 시스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KHC 2020 온라인컨퍼런스에서 김종혁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원내에 들어온 환자가 감염자나 접촉자가 되었을 때 동선을 빨리 파악해서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격진료와 관련 시스템 정비도 이뤄지고 있다. 손대경 국립암센터 헬스케어플랫폼센터장은 “국립암센터에서는 (원격진료를)당장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구축은 되어있다. 실제 환자의 데이터나 정보를 교환하거나 보안이슈까지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법적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시행할지에 대해서는 순서를 정하고 있다. 교육과 상담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고 진료영역과 처방영역으로 가는 점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돌봄 사각지대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정부가 감염 확산세를 잠재우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한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했고, 노인과 중증 장애인 활동 제한, 아동학대 위험 등이 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던 지난해 8월 탑골공원 어른들.


이에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해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로 재정비하고, 아동·노인·장애인 등 대상자별로 재가·비대면 서비스를 다양화하며, 가정 돌봄 지원 및 아동 점검(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돌봄 대책’을 마련했다. 

일단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3단계 이전까지 최대한 돌봄시설을 운영하도록 하고, 3단계에서도 긴급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노인 고독사 사전 예방을 위한 노력도 강화했다. 독거노인 가정 및 양로시설 등에 사물인터넷(IoT) 및 인공지능(AI), 레이더 센서(심박·호흡) 등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 장비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차세대 댁내 장비’를 보급한 것. 이에 따라 응급상황 발생 시 집에 설치된 레이더 센서가 이를 감지해 생활지원사에게 응급알람을 전송하고, 119 호출 및 근방 의료기관으로 긴급호송해 고독사를 막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치매예방·인지재활 등 비대면 건강관리 온라인 프로그램을 확산하고, 요양시설, 방문간호서비스 스마트협진 시범사업을 활성화해 장기요양 수급자 대상 비대면 건강관리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장애인 돌봄공백 최소화를 위한 활동지원도 강화한다. 우선 그룹활동이 어려워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지원을 강화해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대상자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장애아동(시각, 청각, 언어, 지적, 자폐성, 뇌병변) 발달재활서비스 지원 대상은 기존 6만1000명에서 6만5000명으로 확대하고, 성인 및 청소년 발달장애인의 주간방과후활동 지원도 확대해 월 100시간 주간활동서비스 바우처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장애인 활동지원 수급자가 65세 이후 노인장기요양 수급자로 전환돼 급여가 감소한 경우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 2021학년도 서울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인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어린이와 학부모가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와 함께 가정 내 돌봄 지원 및 아동 점검(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가족 돌봄을 위해 연간 최대 90일의 가족돌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현행 1회로 제한된 육아휴직 분할사용 횟수를 2회로 확대했다. 

가정 돌봄 아동에 대해서는 ‘원격수업’이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전화·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정통신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 1회 이상 학생·학부모에 대한 상담을 실시하도록 했다. 학교에 배치된 교육복지사를 통해 모니터링·가정방문 등을 실시하고, 방임 유형의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불시에 가정방문을 실시한다. 

이전에는 아동학대 조사 실시 전에 조사 대상자와 일시·장소 등을 사전 조율 후 조사를 진행해 아동에 대한 돌봄 공백 파악에 한계가 있었지만, 아동학대 조사 시 불시 방문을 원칙으로 해 방임 등 증거의 은폐·은닉이 불가능하게 되고 돌봄 공백 파악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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