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11월 말 집단면역 형성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굉장히 어려운 목표"라고 말했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올해 11월 말까지 코로나19 집단면역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달 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부터 시작해 11월 전 국민의 60~70%(3600만명)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는 전문가들의 견해와 차이가 컸다. 백신 도입 일정과 접종 준비 과정 등에서 큰 문제없더라도 시간적, 물리적으로 상당히 촉박한 일정이라는 것이다.
백신 접종 후 항체형성까지는 대략 2~3주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11월 말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하려면, 전 국민 5180여명 가운데 우선접종대상 3600만명(70%)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적어도 10월 말까지 완료해야 한다.
또 우선접종 3600만명분의 물량 중 얀센 백신(600만명분·1회)을 제외한 코로나19 백신들의 접종 횟수가 모두 2회인 점을 고려하면 2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간 6600만회(연 인원 6600만명)의 예방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전 교수는 “8개월 동안 6600만명(횟수·연인원 기준) 접종이 가능하려면 한 달에 적어도 800만명에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한 달 중 접종 가능한 날을 20일 정도로 잡으면 하루에 40만명에 주사를 놓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현재 이스라엘이 3주간 약 190만명(1회)을 접종, 하루 약 10만명 수준으로 접종하면서 놀라운 속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하루 20만명분, 횟수로 보면 40만회 접종을 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현실적으로 우선접종대상 70%에 대해 11월 말까지 접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좀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마련해 계획을 실행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의료인력 확보 등 제반사항 준비와 국민들의 백신접종 수용성도 관건이다. 정부는 지난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의사 한 명당 하루 100명 이내로 접종하도록 제한한 바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상당한 의료인력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전 교수는 “의료자원을 최대한 동원하고, 의료기관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동원으로는 부족하고, 민간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장마철과 무더위에 대비한 접종 전략도 필요하다.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실내 체육관 등을 접종센터로 지정하고, 지역민을 위한 백신버스를 마련해 불편을 줄여야 한다”며 “의료인력에 대한 수당, 백신접종자에 대한 지원금 등 여러 유인책도 모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11월 이전까지 국민 70%에 백신 접종을 완료하더라도 연말 집단면역이 달성될 수 있을지 여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말에도 지금처럼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11월 말 시점에서 전 국민의 70%에 항체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순차적 접종을 하다보니 먼저 접종한 인원의 항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더군다나 2월 말 노령인구부터 접종이 시작되는데 이분들은 항체 생성률이 떨어지고, 생성된 항체가 일찍 소실되는 등 면역노화에 따른 불리함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도 “백신접종을 했다고 해서 100% 면역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고, 면역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아직 모른다. 또 18세 미만 소아청소년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 때문에 무증상감염 우려가 존재한다”며 “마스크 벗는 생활은 한동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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