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중증장애인들이 오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탈시설 이념을 담은 ‘탈시설장애인당’을 출범시켰다. 해당 정당은 정식으로 출범한 정당이 아닌 가짜 정당으로 시민들에게 장애인 권리에 관한 정책 의제를 널리 알리겠다는 목적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탈시설장애인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이들이 이러한 가짜 정당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총선 기간 대시민 선전 활동을 위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당’을 창당한 바 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낙인과 차별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가난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긴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장애인단체들이 ‘탈시설장애인당’을 설립한 이유는 ‘보호’라는 명분 아래 장애인을 시설에 두게 해 사회와 분리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장애인들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 없이 생활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지난 1970년대부터 탈시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으로 1517개소에서 3만여명이 장애인이 여전히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탈시설’이라는 단어가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오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탈시설이라는 개념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권리까지 의미한다. 탈시설은 장애를 재정의하는 일과 같다”고 설명했다.
기존 한국사회에서의 장애인복지정책은 돈을 주면 시설에 수용시킨 뒤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면, 탈시설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근본적인 질문이라는 것이다. 변 국장은 “탈시설은 장애인의 모든 권리를 포섭하는 단어이며, 시설 중심의 사회복지 정책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시설장애인당은 이번 보궐선거에 총 11명의 후보를 발표했다. 이들은 각각 ▲재난지원체계 마련 ▲탈시설 ▲노동권 ▲이동권 ▲자립생활 지원 ▲교육권 ▲의사소통·보조기기 ▲문화권 확보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장애여성 지원체계 구축 ▲건강권 등 주요 장애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하고 알리게 된다. 공식 선거가 아닌 만큼 순서에 상관없이 모두가 ‘11번’ 기호를 부여받았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정치권으로의 진입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가짜정당을 창당하게 됐다”며 “대중의 변화를 위한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제도권 정치와 대중들의 결합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직접 정치를 해야 한다는 데에는 여러 의견이 있다. 유권자로서, 시민으로서 자신들의 의사 표현을 적절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의 환경이 변화되지 않으면 시설에 갇혀 죽어가고 있는 장애인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증장애인들을 격리하고, 배제하고, 소외시키고 차별해온 결과다.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탈시설장애인당은 각 정당의 서울시장 후보와 만나 장애인 정책 등을 전달하고 예비후보 간 정책토론회 건의, 대시민 선전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가짜 정당인 만큼 공식 선거활동 기간이 되면 ‘선거활동’에는 나서지 못하게 된다.
한편, 국회에서도 탈시설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시설보호는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시키고, 획일화되고 집단적인 생활을 강요해 장애인의 선택권, 자기결정권 등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장애인 인권 보장 차원에서 탈시설화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장애인은 시설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21대 국회 임기 내 탈시설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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