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몬스터 헌터’ 게임 원작 액션이 그려낸 엉성한 쾌감

[쿡리뷰] ‘몬스터 헌터’ 게임 원작 액션이 그려낸 엉성한 쾌감

기사승인 2021-02-02 06:49:02
영화 '몬스터 헌터'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아르테미스 대위(밀라 요보비치)의 목표는 오직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처럼 사라진 부대를 수색하다가 갑작스러운 모래폭풍과 번개에 휩쓸려 새로운 세계에 떨어졌다. 동료들도 모두 잃고 위험한 몬스터들이 생명을 위협한다. 아르테미스 대위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몬스터 헌터(토니 자)와 티격태격하다가도 결국 협업해 무술을 배우고 작전을 짠다. 모든 건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숨을 쉴 수 있는 공기와 사막의 모래, 푸른 하늘과 뜨거운 열기까지 아르테미스가 알던 세계와 다르지 않은 곳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현대의 무기가 통하지 않는 위협적인 거대 몬스터와 저 멀리 보이는 먹구름 속 커다란 성의 존재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살아남는 것부터가 문제다. 밤만 되면 독을 가진 몬스터들이 공격하고 드넓은 모래 속엔 거대 몬스터가 이들을 노린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칼을 빼들고 싸우는 것 뿐. 그렇게 싸워야 할 명확한 이유가 이들에게 주어졌다.

영화 ‘몬스터 헌터’(감독 폴 앤더슨)는 액션 영화의 본질에 충실한다. 이야기의 개연성과 서사에 공들이는 대신, 액션을 펼쳐야 하는 상황을 조성하고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유명 게임 원작인 만큼 플레이어가 펼치는 전투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이기기 힘들 것 같은 막강한 상대를 만드는 것으로 긴장감을 만든다. 서양과 동양의 액션을 대표하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밀라 요보비치와 ‘옹박’의 토니 자가 맞붙는 모습도 흥미롭다.

영화 '몬스터 헌터' 스틸컷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엉성한 구석도 많다. 아르테미스 대위가 왜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가게 됐는지, 왜 그만 살아남아서 몬스터 헌터와 협업을 하게 되는지, 대체 저 세계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등 서사를 시작해서 이어갈 동력이 충분치 못하다. 몬스터와 싸워서 이기는 과정이 단순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재미가 부족하다. 액션에도 별다른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고 하기엔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고, 동료를 죽인 몬스터에 대한 분노도 잘 표현되지 않았다.

‘몬스터 헌터’의 가장 큰 미덕은 공들인 CG와 공간이 주는 현실감에 있다. 2008년 처음 ‘몬스터 헌터’ 게임을 접한 폴 앤더슨 감독은 영화화를 결심하고 영화적 재미를 살리기 위해 11년 동안 플레이하고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에 구현된 몬스터들의 뼈 움직임과 디테일한 공격 모션은 직접 플레이하며 체감한 것을 토대로 완성됐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광대한 아틀란티스 듄과 세더버그 자연 보호구역, 스탯살 동굴, 나미비아의 해변 모래언덕과 세스리엠캐니언 등 현실인 듯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장소들이 주는 신비로운 느낌도 영화에 잘 녹아들었다.

12세 관람가. 오는 10일 개봉.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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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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