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부상해 정부의 중점사업으로 추진돼온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의료 분야와 보건⋅복지 분야를 통합하기가 어렵고, 의료를 제외하고 추진하자니 '앙꼬없는 찐빵'이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다.
이건세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8일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의 '커뮤니티케어 포럼'에서 "복지 분야와 의료 분야는 결이 달라 통합적으로 조정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의료분야 중에서도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은 성격이 달라 연계가 잘 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의료분야는 의료제도만으로도 복잡성이 커 통합이라는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 반면 복지는 지원 대상자와 예산만 주어진다면 시행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된다. 커뮤니티케어에서 의료를 빼면 노인복지, 장애인, 취약자 행정으로 끝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케어는 병원·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돌봄 및 치료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돌봄 보장체계를 말한다. 의료, 요양, 돌봄, 일상생활지원의 연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보건의료분야에서는 건강보험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통합과 제도 정비, 방문의료 등을 위한 충분한 재정과 이해당사자 간의 조율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 높다.
'방문진료' 사업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동네의사 1인이 아닌 통합서비스가 가능한 그룹단위로 진행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현실적으로 동네의원 개업의 개인으로는 효과적, 효율적 방문진료가 쉽지 않다. 의사, 간호사, 복지사, 치료사가 한 그룹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중소병원 또는 지역의사회가 주도해 다양한 연계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도 "정부의 계획처럼 커뮤니티케어가 2026년까지 본사업으로 이어기지는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며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성 이사는 "의료분야에서 포인트가 방문진료 수가였는데, 수가 결정안을 보면 정부가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의욕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실제 시범사업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복지부와 지자체의 이야기가 서로 다르다.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이 (의료계 참여가 부진한) 근본 이유"라며 "또한 지역 보건소에서 주로 보건 복지를 담당하고 의료분야는 분절돼있다보니 지역 커뮤니티케어 현장에서 의료파트는 소외되고 무시되는 경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세계 어디에서든 보건의료가 누락된 커뮤니티케어는 앙꼬없는 식빵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커뮤니티케어'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한다고도 지적했다. 성 이사는 "일본의 경우 커뮤니티케어로 재정절감 효과가 없다. 건강보험공단은 재정절감을 강조하는데 재정절감을 위해서는 질 낮은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주체적 결정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이라면 재정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커뮤니티케어가 우리 사회가 용인 가능할지도 검토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성 이사는 "커뮤니티케어에는 '고독사'라는 단점이 있다. 요양시설에서는 누군가 내 옆에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커뮤니티케어는 내 집에서 나의 의지로 혼자 살다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과연 우리사회 대부분의 젊은 보호자들이 노인, 환자를 케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커뮤니티케어가 받아들여질지, 부모님을 시설에 보내지 않고 혼자 살며 커뮤니티케어를 받는 것을 수용할지는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정영훈 보건복지부 통합돌봄 추진단장은 "커뮤니티케어의 어려운 점이 지자체단위로 시행되는 선별적인 개념인데, 이를 보편 복지로 나아가려고 하니 쉽지 않다. 통합하지 못하고 기존의 선별적 체계로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또 공급 단위에서 논의된 것들이 실제 읍면동, 시군구 단위에서 시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역의 역량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다장은 "다만 현재 사업이 안정적으로 간다면 이 사업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기존의 틀을 흔들지 않고는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이라며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꾸준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종한 인하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각 개인의 존엄성을 높이자는 커뮤니티케어의 가치지향성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만 기존의 낡은 틀 자체가 서로간의 이해와 협력을 가로막고 있기도 하다. 그런 부분을 걷어내고 각 주체의 협력과 이해관계가 높아지길 바란다"며 "낡은 형태의 법 개정과 새로운 인력배출하기 위한 교육체계 개편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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