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인물들은 살인범을, 시청자는 괴물을 쫓는다. 지난 19일 첫 방송된 JTBC ‘괴물’은 작품의 매력을 확실하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 스스로도 무엇을 쫓는지 명확하게 모르는 두 인물의 만남은 거대한 미스터리를 남긴 채 출발을 알렸다. 부족한 신선함은 배우들의 매력이 채웠다.
2000년 10월 어느 변두리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다. 서울대에 붙으며 가족의 자랑거리인 이유연(문주연)이 어느 날 밤 집밖으로 나갔다가 손가락 10마디만 남긴 채 실종된다. 20년 후 유연의 쌍둥이 오빠인 이동식(신하균)은 경찰이 되어 만양파출소 경사로 동네의 자질구레한 사건들을 해결 중이다. 화가 나면 앞뒤 보지 않고 강경하게 일처리를 하던 그의 앞에 경찰대 출신 한주원 경위(여진구)가 나타나 파트너가 된다. 까칠하지만 기억력과 일처리 능력이 뛰어난 동식은 깨끗하지 않은 걸 견디지 못하는 도련님 한주원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치매를 앓는 방호철의 실종 신고를 받고 갈대밭에 출동한 두 사람은 열 손가락이 한마디씩 잘린 백골사체를 발견하고 서로를 의심하며 묘한 표정을 짓는다.
‘괴물’ 1회는 인물과 배경 설명에 집중했다. 동식과 주원은 배경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연쇄 살인사건을 파고 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출발점과 해결 방식이 다르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하는 두 사람이 겪을 우여곡절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서로 잘 맞지 않는 걸 넘어 의심하는 협력 관계라는 독특한 설정이 눈에 띈다.
또 이들이 활동하는 문주시와 경찰서는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따뜻하고 유쾌한 시골 정서는 대낮에 표현되고, 차갑고 어두운 살인사건은 한밤중에 다뤄진다. 살인사건을 전담하는 강력반 대신, 다양한 사건을 모두 다루는 동네 파출소를 배경으로 다양한 경찰 캐릭터가 등장하는 점 역시 눈에 띈다. 경찰청장이 될 아버지를 둔 경찰대 출신 주원은 단순히 엘리트를 넘어 재벌가 자녀처럼 그려진다.
의미심장한 제목은 살인사건과 함께 드라마의 미스터리 중 한 축을 형성한다. 첫 회에선 누가 ‘괴물’인지 드러나지 않았다. ‘괴물은 누구인가. 너인가. 나인가. 우리인가.’라는 드라마 설명처럼 앞으로 괴물의 정체를 조금씩 좁혀갈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갖고 있는 괴상한 모습을 살인사건을 통해 증폭시키는 드라마다. 그 기괴함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에 따라 드라마의 성공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첫 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배우 신하균의 괴물 같은 표정은 충분히 합격점을 받고도 남는다.
◇ 볼까
낯선 범죄 장르물을 기다려왔던 시청자들에게 추천한다. 다른 건 몰라도 신하균의 연기는 끝까지 믿고 볼 만하다는 믿음을 준다.
◇ 말까
과거 시골에서 일어난 여성 대상 연쇄 살인사건 이야기에 지쳤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아쉽게도 아직까진 괴생명체가 출현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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