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밖으로 나온 예능 [웹예능 전성시대]

TV 밖으로 나온 예능 [웹예능 전성시대]

기사승인 2021-03-27 07:00:17
사진=MBC 캡처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지난 1월30일 ‘예능 우량주’ 특집으로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에서 MC 유재석은 “해준 씨도 ‘최준’으로 마무리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김해준이 “안녕하세요. 카페 사장 오빠 최준이에요”라고 최준 연기를 시작하자 웃음이 터졌다. 최준은 유튜브 피식대학의 ‘B대면 데이트’로 인기를 얻고 있는 김해준의 캐릭터였다. ‘개그콘서트’와 ‘코미디 빅리그’에서 활동한 코미디언들이 연기한 캐릭터나 유행어는 이날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새로운 시도의 장이었던 웹예능이 이젠 한발 먼저 스타를 탄생시키는 플랫폼이 됐다. 신인 코미디언 김해준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개인기를 선보였지만, 시청자들은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부캐 최준의 모습을 ‘짤’로 소비했다. 온라인에서 이미 ‘밈’으로 소비된 ‘1일1깡’ 주인공 비를 뒤늦게 찾아간 것과 비슷하다.

성공해서 돌아온 웹예능은 TV로 역수입된다. 재재의 유튜브 ‘문명특급’은 SBS에 편성되고, 윤두준의 먹방 유튜브 ‘배부른소리’는 Mnet에 편성됐다. 이찬원과 김희재가 함께한 웹예능 '플레희리스또'도 TV조선에 정규 편성됐다. 시즌8까지 방송된 tvN 대표 예능 ‘신서유기’도 과거 웹예능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웹예능의 인기와 가능성을 TV에서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TV와 선을 긋는 웹예능도 나타났다. 카카오TV는 지난해 9월 ‘페이스아이디’, ‘개미는 오늘도 뚠뚠’, ‘톡이나 할까’ 등 온라인에 특화된 웹예능을 선보였다. 특히 ‘페이스아이디’와 ‘톡이나 할까’ 등 다수의 프로그램이 기존 가로화면 대신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화면 콘텐츠로 제작됐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실제로 출연자들이 방송에서 주식을 배우고 사고 파는 모습으로 ‘홍반꿀’ ‘딘딘하다’ 등 유행어까지 만들었다. tvN에서 ‘더 지니어스’ ‘대탈출’을 제작한 정종연 PD의 신작 예능 ‘여고추리반’은 TV 대신 OTT 플랫폼 티빙에서 독점 서비스됐다.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 티빙 '여고추리반' 포스터

웹예능의 강점은 자유로움이다. 형식과 시간, 심의 등에서 벗어나 기존 TV보다 훨씬 다양하고 유연하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오윤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작총괄은 지난 19일 화상인터뷰에서 “자유롭게 영상의 시간, 길이를 조절하는, 즉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강점 중 하나”라며 “자막, 효과음 처리 등도 TV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창의성과 발랄함으로도 연결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웹예능은 모두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의식하는 플랫폼이 됐다. tvN ‘놀면 뭐하니’는 유튜브와 SNS에서 본방송 일부를 선공개하고 기습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열어 시청자와 소통한다. tvN ‘윤스테이’ 나영석 PD는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서 ‘슬기로운 캠핑생활’ ‘출장 십오야’를 제작하고 있다. 그룹 세븐틴은 유튜브 예능 ‘고잉 세븐틴’으로 멤버들의 매력을 뽐내고, 가수 아이유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아이유의 팔레트’로 음악프로그램 진행자 꿈을 이뤘다.

오윤환 제작총괄은 카카오TV가 개국 6개월 만에 누적조회수 4억 뷰를 돌파한 사실을 언급하며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매니저들, 작가들, 타사 PD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시청자와 콘텐츠 업계의 판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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