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위험 동반하는 우울증, 신속하고 재발률 낮은 치료로 생명 구해야”

“극단적 선택 위험 동반하는 우울증, 신속하고 재발률 낮은 치료로 생명 구해야”

코로나19 장기화, 정신건강·경제문제·건강문제 악화로 ‘극단적선택’ 생각하는 한국인 증가

기사승인 2021-05-11 07:23:01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 됐지만, 전 세계적 확산세를 신속하게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감염자수도 연일 300~4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등 감염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로 인한 거리두기 정책이 1년 넘게 장기화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의 장기화는 한국인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올해 1월 발표한 ‘2020년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죽음과 자해 등 자살 관련 생각을 경험한 경우가 2020년 3월 9.66%에서 12월 13.43%로 증가했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경찰청 조사결과, 대한민국 자살의 3대 원인은 정신건강, 경제적문제, 건강의 문제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자살은 단선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고 매우 복합적 맥락이 작용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3중고는 악화되고 있어 자살률 증가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시점이다.

◇‘극단적 선택’ 부르는 우울증, 치료 어려운 중증 케이스 증가 중…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 일반인 대비 높지만 기존 치료제에 한계 존재

2020년 자살예방백서에 실린 ‘심리부검을 통한 자살 경로의 탐색적 분석’ 연구에 따르면, 연령/성별을 막론하고 자살 경로의 고위험 요인으로 우울장애(우울증)가 꼽히고 있다. 또한 같은 백서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우울증 진단을 받은 성인 응답자에서 27%로, 우울증 진단 이력이 없는 성인(4.2%) 응답자와 비교해 22.8%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우울증 자체가 자살을 발생시키는 고위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의 치료 결과가 좋지 못해 중증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요 우울장애(우울증) 환자 중 3명 중 1명가량은 최소 2개 이상의 다른 경구용 항우울제 치료제를 적정 용량, 적정 기간동안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반응하지 않는 ‘치료저항성우울증(TRD)’ 환자로 분류되고 있으며, 또한 주요 우울장애를 겪는 환자 중 약 2%(일반인중약 0.1%) 정도에서는 ‘자살생각을 하거나 관련 행동을 할 만큼’ 증상이 심각하고 장기적인 수준으로 진행되는 경우(MDSI)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울증의 표준치료 방법인 항우울제를 투여하고 효과가 있는지 판정하기까지 보통 5~7주를 기다려야 하는데, 자살생각이나 행동이 있었던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효과적인 치료 효과를 경험하지 못하면 이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또 다시 자살위기로 내몰릴 수 있어 생명구조차원에서도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

◇빠른 치료 효과, 높은 관해율, 재발률 감소의 특징을 지닌 새로운 치료제 출시… 경구용 항우울제와 병용 사용 시 우울증상 빠르고 지속적인 개선 기대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전을 통한 빠른 치료효과와 높은 관해율, 재발률 감소 등의 장점을 가진 신약 스프라바토(성분명 에스케타민염산염)가 국내 허가를 받고 출시됐다. 스프라바토나잘스프레이는  항우울제 최초로 지난해 6월 23일 치료저항성우울증으로 진단된 성인의 치료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내 사용허가를 받았으며, 12월 21일 급성자살생각 또는 행동이 있는 성인의 중등도에서 중증의 주요 우울장애에서 우울증상의 빠른개선을 위해 경구용 항우울제와 병용해 사용하도록 허가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장기화 상황과, 그로 인한 자살률 증가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시점에서, 스프라바토와 같은 신약이 정신적 응급상태에 놓인 환자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희망을 전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배경 하에, 서울대병원에서 다년간 난치성 우울증 및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ECT(전기경련치료)등의 시술을 전담해왔고, 현재도 임상현장에서 우울증 연구와 치료 케이스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전문가인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 정동청(사진)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의료현장에서 관찰되는 우울증의 특성과 새로운 치료제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 원장은 “우울증 역시 증상이 심해지면 반드시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며 “우울증이 심해졌을 때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는 건 우울증의 증상으로 의욕이 떨어지거나 걱정이 너무 많아져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럴 때는 가까운 정신과에 방문해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시고 나에게 맞는 치료방법을 최대한 빨리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Q.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정신건강의학과 진료현장에선 코로나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코로나19 때문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판데믹 초기에는 감염에 대한 불안이나 공포로 인한 스트레스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상황이 장기화되면서는 거리두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 외출을 못하고 운동이나 신체적인 활동을 못하는 것 등이 주된 스트레스로 작용했습니다. 직업활동이 제한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분들 역시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됐습니다. 코로나19와 자살 간 연관성이 어떻게 나타난다고 보십니까?

우울증이 증가하면 당연히 자살률 또한 동반 상승할 수 있습니다. 아직 2020년 자살 통계가 집계되지 않아서 코로나19와 자살률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설명하긴 어렵지만, 2017년 최저점을 찍었던 자살률이 2018년부터 다시 증가했던 것을 보면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 이후 우울증 유병율과 자살률 모두 증가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Q. 대한민국은 OECD 최고수준의 자살률을 나타내고 있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 될수록 정신건강의 악화와 자살률의 증가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향후 자살률 증가 가능성에 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한 생활방식의 변화는 국민들이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우울증이나 자살률의 증가인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인 영향은 개인차원에서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외식업, 체육, 문화시설 등 경제적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업종에 종사하는 군에서 자살률 변화추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입니다.

Q. 우울증 자체가 자살을 발생시키는 고위험 요소임을 고려하면, 우울증의 치료결과를 향상 시켜서 자살을 막을 수 있을 텐데요. 지금까지 우울증의 치료 및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져 왔습니까? 이를 통해 대부분 잘 관리되어 왔습니까?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환경적인 스트레스가 자살의 원인이라면, 우울증은 그 중간단계에 위치한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우울한 기분뿐만 아니라, 의욕이나 흥미가 저하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면이나 식욕이 변화하는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동반되는데, 그중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부정적인 생각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실제보다 더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미래에 대해서도 절망적으로 생각하고, 이런 생각들이 자살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많은 분들이 정신과를 방문해서 도움을 받고 계시지만,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모르시거나 정신과 치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아직 많다고 생각됩니다.

Q. 지금까지의 우울증 치료 및 관리에 있어 어떤 한계점이 있었습니까? 가능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우울증의 약물치료 자체가 가지는 한계가,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한테 맞는 우울증약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환자분들은 여러 가지 우울증약을 시도해봐도 우울증상이 크게 호전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치료적 대안이 다양하지 않다보니, 환자분들께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잃고 아예 치료를 포기하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Q. 앞서 설명해 주신 한계점을 전문의들은 어떻게 관리해왔습니까?

난치성 우울증 환자분들은 전기경련 치료같은 비약물적인 치료방법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서울대병원에 있을 때 전기경련치료를 담당하면서 약물치료로 호전되지 않던 우울증 환자분이 전기경련치료 후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전기자극을 가해서 경련을 일으키는 치료 방법 때문에 치료 받는걸 지나치게 두려워하시는 경우도 있고, 여러 가지 행정적, 제도적 문제 또한 있다보니, 외국과 비교할 때 필요한 만큼 전기경련치료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에서도 중증 우울증환자를 대상으로 고려해 볼만한 새로운 치료옵션이 있습니까? 환자들은 어떻게 이 치료옵션을 접할 수 있습니까?

2019년 3월 FDA에서 승인한 새로운 우울증치료제가 있습니다. 에스케타민이라는 성분으로 코로 흡입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등 기존 경구용 항우울제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화되는 약물입니다. 원래 마취제로 사용되던 케타민이라는 약을 우울증환자한테 사용했을 때 우울증상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예전부터 보고 되었고, 에스케타민의 우울증 치료효과를 유지하면서 다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개발된 약이 에스케타민 비강분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6월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이 치료옵션이 가진 장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특히, 자살위험에 노출될 정도로 고통스러운 중증 우울증 환자에게 주는 혜택은 무엇입니까?

기존 경구용 항우울제보다 치료효과가 우수하다는 점 외에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난다는 것 역시 에스케타민의 장점입니다. 약물치료의 경우 치료효과를 확인하려면 1~2주 이상 관찰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에스케타민 비강분무제의 경우 빠른 경우 24시간이내에 환자 분이 치료효과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이 약물을 다른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치료저항성 우울증에 사용하도록 FDA에서 승인을 했습니다. 나중에는 이와 같은 특성이 심한 우울증환자에서 자살위험성을 신속하게 감소시키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여, 자살위험성이 높은 우울증환자에서 사용하는 것 역시 에스케타민의 치료 적응증으로 FDA에서 추가 승인하였습니다.

Q. 이 치료옵션을 사용해 보신 결과, 환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났습니까? 특별히 좋은 결과를 경험한 환자들은 어떤 특징이 있었습니까?

치료진이나 주위 가족들을 보기에도 우울증상이 빠른 속도로 호전되는 것이 보이고, 환자분들의 주관적 만족도 또한 높습니다. 보험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수한 치료효과 때문에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지속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치료방법이라도 개인에 따라 효과나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치료효과에 대해서 지나친 기대를 가지는 것은 오히려 치료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Q. 이 치료옵션이 안전성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은 없었습니까?

술에 취한 것처럼 어지럽거나 졸릴 수도 있고, 혈압이 상승하는 등 몇 가지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를 시행하고 나서 병원 내의 준비된 장소에서 2시간 이상 부작용 여부를 관찰한 후에 귀가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실제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어서 따라서 운전이나 기계조작과 같은 활동은 치료 다음날까지는 자제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런 부작용들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고 치료를 시행할수록 감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됩니다.

Q.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전문가로서 조언을 전해주십시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과 질환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우울증이 의지가 부족해서 걸리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을 때 혈압이나 혈당이 높지 않으면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처럼 가벼운 우울증은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만으로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혈압, 혈당이 일정 수준이상으로 증가하면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것처럼, 우울증 역시 증상이 심해지면 반드시 약물치료를 해야 합니다. 우울증이 심해졌을 때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는 건 우울증의 증상으로 의욕이 떨어지거나 걱정이 너무 많아져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럴 때는 가까운 정신과에 방문해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시고 나에게 맞는 치료방법을 최대한 빨리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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