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는 생존기술" VS "최선 아닌 차선책 불과"

"원격의료는 생존기술" VS "최선 아닌 차선책 불과"

[2021미래의학포럼] 빗장 연 원격의료, 코로나19 이후 향방은?

기사승인 2021-05-29 03:07:01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공원로 국민일보빌딩 12층 컨벤션에서 열린 '2021 미래행복포럼'에서 'COVID19. 보건의료의 디지털전환을 본격화하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1.05.27.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의료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12층 컨벤션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스마트헬스케어 방향'을 주제로 열린 '2021 미래행복포럼'에서는 ‘원격의료’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원격의료는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수년간 시범사업만 전전해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한 전환을 맞았다. 감염병 확산을 막고자 정부가 전화상담 및 처방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빚장을 열게 된 것이다. 원격의료를 사업화하거나 질병 예방에 적극 활용하려는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원격의료에 대한 기대와 우려,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두루 짚어봤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의료’도 준비해야=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 시기가 앞당겨졌습니다. 의료도 전산화, 디지털화를 거쳐 현재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는 “코로나로 많은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도 비대면 트렌드 중심의 새로운 수요와 공급패턴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의료도 ‘디지털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송 대표는 보건의료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국민 건강권 향상 및 편익 증진 ▲신기술을 통한 의료자원 효율화 ▲의료재정 감소로 건강보험체계 지속 ▲산업계의 규모있는 신사업 영위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 70조 중 43%를 65세 이상 노인이 쓰고 있고, 진료비도 매년 1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가야하는 이유”라며 “디지털치료제, 의료마이데이터, 비대면 진료 등으로 의사라는 한정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제대로 활용한다면 공급자-수요자 만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계가 비대면 의료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기존 규범을 흔드는 방향이기 때문”이라며 “내부적으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에 대한 보상 등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사회 원격의료 불가피...소비자 권익 증진 방향= 의료소비자들은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원격의료가 나아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고령화와 신종 감염병 등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원격의료 도입은 불가피하다”며 “원격의료가 편의성 목적이 아닌, 생존에 필요한 기술이 됐다”고 했다.

정 사무총장은 “현재 의료 환경에서는 고령의 환자들이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니고, 약을 처방받기 위해 이동해야 한다. 면역력이 약하고 기저질환이 있는 이들은 잦은 의료기관 방문이 결코 유익하지 않다”며  “대면진료를 우선으로 하되, 원격진료를 보조적인 수단으로 도입하면 소비자에게 보다 이로운 의료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원현장에서도 원격의료가 ‘미래의료의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원격의료는 환자의 편의성과 미래 의료 환경을 위한 준비로 인정하고 접근해야 한다”며 “미래 병원은 ‘입원 문화’에서 ‘재택 문화’로 바뀔 것이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은 ‘호스피탈 앳 홈(Hospital at home)'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고, 우리도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있어 이런 흐름과 무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코로나 시대가 끝나더라도 과거처럼 전면 대면 진료만 허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의 보완점을 찾아서 소비자 중심의 의료를 펼쳐나가야 하고, 이런 준비를 하기에 좋은 시점이다”라고 피력했다.

왼쪽부터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대표 변호사,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시민연대 사무총장. 


◇대면진료가 기본 원칙...신중히 접근해야= 대한의사협회는 환자 진료의 기본원칙은 ‘대면 진료’라며 원격의료를 정식 도입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사회가 급격히 디지털화되는 건 충분히 느끼고 공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의사가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모습을 보며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원격의료는 산업으로 바라보기보다 환자 진료라는 점에서 한 번 더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의료계는 ▲법적인 문제 미비 ▲기술 안전성 및 임상 미검증 등의 문제로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박 대변인은 “우리나라는 의사를 만날 병·의원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원격의료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물론 우리도 환자가 의료사각지대에 있거나 감염 노출 위험이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제한적으로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 원격의료는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만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격진료가 성급히 시행되면 환자가 비용도 지불하면서 일종의 임상시험을 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직접 보고 진찰하는 것을 어떠한 기계도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 등의 정확도와 정밀성이 담보되지 않은 것도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이유로 꼽았다. 박 대변인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기기가 병원에서 사용할 만큼 발전하지 않았다.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마다 측정값이 달라지기도 한다”며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원격진료가 성급히 시행되면 환자가 비용도 지불하면서 일종의 임상시험을 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부분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직접 보고 진찰하는 것을 어떠한 기계도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원격진료 추진이 보건복지부가 아닌 경제 관련 정부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예산을 배정하고 추진하는 것을 보면 지극히 산업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닌지 우려된다. 의료제공자인 의사들의 의견과 우려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원격의료, 법·제도적 문제는= 원격의료가 현행 의료법상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대표 변호사는 “원격의료라 통칭되는 행위는 구체적으로 원격진료, 원격검사, 원격모니터링 등 세 가지를 의미한다. 현행법상 원격검사와 모니터링은 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원격진료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의료법 제17조 2항은 직접 진찰한 의사만 처방전을 교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의료법 33조 1항과 관련한 판결에서는 의료업은 개설한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하므로 전화 진료 사례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변호사는 “법체계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를테면 의료법에서는 의사는 의료기관 1곳만 개설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중복개설제한이 무의미해지는 면이 있다”며 “원격진료 허용 시 다양한 형태의 영리화가 나타날 우려도 심도있게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격의료가 안착되려면 의료 제도의 개선이 필수라는 견해도 나왔다. 송 대표는 “원격의료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건강보험모델에 맞지 않는 새로운 기술에 맞는 새 수가체계 마련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원격의료에 적용하는 인센티브도 5~10년 후 의료 수요와 의료소비 패턴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백 교수는 “원격의료는 ‘질병 예방’의 도구로서 효용성이 크다. 따라서 환자를 많이 봐야만 병원이 돈을 버는 현행 지불구조(행위별수가제)는 적절하지 않다"며 "병원이 예방활동을 열심히 해서 전체 의료비를 줄이면 환자를 적게 보더라도 충분히 보상하는 지불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원격의료 자체가 의료의 질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문제가 있고, 우리 현실과 제도가 수용할 수 있는지도 난제다. 새로운 치료나 의료기술에 수가를 어떻게 적용하는지 등에 따라 그 기술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중요한 측면이다”라고 부연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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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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