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전세계 C형 간염 퇴치…한국은 아직도 국가검진 비용효과 검토 중 

2030 전세계 C형 간염 퇴치…한국은 아직도 국가검진 비용효과 검토 중 

美 바이든 행정부, 5월 ‘국가 간염 검사의 날’ 제정…무증상에 전파경로 불분명한 감염병

기사승인 2021-06-01 05:33:01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감염질환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9일(미국 현지시간 5월18일) ‘국가 간염 검사의 날(National Hepatitis Testing Day)’을 선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WHO의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 기조에 발맞춰 국가적 차원의 퇴치도 약속했다. 

바이러스 전파 감염질환의 경우 퇴치를 위한 목표와 프로그램 운영 등 국가차원의 동참이 중요하다. C형 간염의 경우 WHO가 2030년까지 퇴치하자는 목표를 세웠고, 전세계 여러 국가들이 C형간염 검진과 치료지원 등 현실적인 계획을 가동하며 퇴치 목표에 동참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전면적으로 동참하면서 C형간염 퇴치를 위한 전세계적인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18세 이상에서 79세 이하 모든 성인에서 C형간염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유병률이 0.07% 이상만 되어도 고위험군 특정 연령대 검진보다 전 인구 항체검사가 더 비용효과적이며, 유병률 1.0% 이상이면 선별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대만, 일본 등에서도 국가차원의 C형간염 검진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2002년부터 C형간염 위험 요인과 무관하게 모든 성인 대상 C형간염 항체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대만은 2025년까지 C형간염을 퇴치를 목표로 2016년 국가 차원의 C형간염 퇴치프로그램 부서를 조직하고 정부 및 유관 학계 등이 협력해 C형간염 퇴치를 위한 관련 정책 지침을 마련하고 45세 이상 검진 및 치료 지원을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C형간염 퇴치 선언과 동참은 이 전염병의 특성과 최근 치료환경에서 비롯됐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매개로 전염되어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제3급 법정감염병으로 전세계 바이러스성
 간염 사망 원인의 약 절반(48%)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형간염과 함께 대표적인 바이러스성 간염 질환이지만, 질병 인지 수준이나 검진을 통한 환자 관리 측면에서는 수년째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C형간염의 무증상 특성상 상당수의 환자들이 간경변증·간암 등 심각한 상태로 뒤늦게 진단받기 전까지는 감염 여부도 모른 채 병을 키우게 되고, 다른 개인 혹은 집단에게 전파 시점 및 경로도 모른 채 바이러스 전파시키는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 C형간염 증상을 느끼는 경우는 약 6%에 불과하며,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의 약 40%는 전파경로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난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어 B형간염보다 만성화 경향도 높다. 간암 발생률도 바이러스 감염 3년 이후로 시간이 흐를수록 C형간염에서 더 높게 나타나지만 B형간염과 달리 국가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다. 

예방 백신도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RNA계열의 바이러스인데,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로 인한 유전적 변이가 심해 백신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치료 환경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발전했다. 2014년부터 90~99%의 높은 치료성공률을 보이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DAA, Direct-acting Antiviral Agents)가 개발됐다. 현재는 대상성 간경변증이 동반된 초치료 환자들도 8주 정도 하루에 한 번씩 약을 복용하면 99%에 가까운 치료성공률로 완치 가능하다.

국내에는 약 30만명의 C형간염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C형간염 환자 발굴 및 치료 지원 등에 미흡한 상황이다. 환자 대부분이 아직 진단되지 않은 무증상 잠재 환자로 추정 환자의 20% 정도만이 치료받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한간학회 등 국내 학계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C형간염 항체검사 국가 검진 도입을 통한 C형간염 조기 진단을 제안하고 있다. 질환 특성상 감염 여부를 스스로 의심하기 어려워 전파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간학회 학술대회 ‘The Liver Week 2021’에서 발표된 ‘C형간염 무료 검진 시범사업’에 따르면 C형간염 국가검진의 비용효과성이 확인됐고, 특히 40~65세 대상으로 스크리닝 하는 것은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시범사업은 C형간염 검진 환경 개선을 위해 질병관리청의 주도로 대한간학회가 2020년 9월부터 10월까지 2개월 간 1964년생 성인 대상으로 진행했다. 

또 시범사업 결과 발표에서(2019 CDA found 데이터에 근거해) 우리나라의 C형간염 퇴치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평가 및 관리 수준 경우, ‘정책적 의지’, ‘국가 차원의 비용 및 예산 지원’, ‘질병 인지도 및 국가검진 프로그램 시행’ 측면에서 저조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임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2017년 시행됐던 시범사업 이후 3년여 만에 재시행 된 것으로 지난 시범사업에 이어 C형간염 항체검사의 비용효과성은 다시금 입증됐다.

현재 C형간염은 조기 진단 및 8주~12주 치료하면 완치 가능하다. 이에 무증상 C형간염 환자를 국가 검진에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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