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과거와 달리 전이성 유방암은 치료가 가능한 병이 되었습니다. 의료진으로서 가슴뛰는 일입니다."
이경훈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0년 전 내과 교과서에는 전이성 유방암이 완치할 수 없는 암으로 명시돼있다. 하지만 지금의 교과서에는 완치는 어렵지만 치료가 가능한 병으로 변경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이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림프절을 비롯해 뼈, 폐, 간 등 전신 전이가 있는 4기 유방암을 이르는 말이다. 조기 유방암과 달리 생존율이 낮고 재발이 잦아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알려진다. 그럼데도 불구하고 치료환경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이성 유방암의 생존율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90년대(1992~1994년) 전이성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18%에 그쳤지만 2000년대(2005년~2012년)들어 36%로 늘었다. 이 교수는 "암을 조절하면서 생명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질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다는 의미"라며 "과거와 달리 유전자변이 유방암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목표는 전체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의 개선이다. 또 질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치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전이성 유방암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는 등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
유방암은 크게 호르몬수용체(HR) 양성 및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음성(HR+/HER2-), 삼중음성 유방암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국내 유방암 환자의 약 60-70%가 HR 양성 유방암으로 그 중 30-40%의 환자에서 PIK3CA 유전자가 가장 흔한 돌연변이로 발견된다.
이 교수는 “유전자라고 하면 다들 무조건 유전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유전자는 우리 몸에 있는 DNA 조각을 말한다. 유방암은 이러한 다양한 DNA의 이상으로 암이 발생하는데 그중 PIK3CA가 가장 흔한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며 "PIK3CA와 같은 돌연변이는 예방이 아닌 암 치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소개된 PIK3CA 표적 신약은 유방암에 있어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하는 최초의 신약이자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검사가 유방암 치료에 있어도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사례로 매우 의미 있는 신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환의 특징을 잘 파악해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능력이 종양내과 의사에게 중요한 과업이 됐다. 암의 생물학적 특성을 파악하고 임상적으로 암의 특성과 환자가 어떤 관계를 갖는지 살펴보는 일까지도 포괄한다"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더 넓은 시각으로 암의 특성을 파악하고 치료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GS 검사와 관련한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이 교수는 "치료제마다 적용하는 NGS검사법이 각각 달라 현장에서의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도 개선과제다. 복잡한 규제를 풀고 제도를 유연하게 정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이성 유방암의 투병과정은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이 교수는 "암투병 과정은 의사와 환자가 함께 팀을 이뤄 신뢰를 갖고 암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기대도 금물, 과도한 낙심도 금물"이라며 "의사와 환자가 현실적이고 의미있는 치료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신뢰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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