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의료사고와 대리수술 등을 막기 위해 6월 국회 내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의 반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국민의힘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다음 법안심사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총 4차례의 논의가 이어졌지만, 이번에도 심사는 미뤄졌다.
이날 법안소위에서 여야는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큰 방향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CCTV촬영 전 환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법원이나 수사기관 등의 요구가 있을 때만 열람을 허용하는 데에는 합의했다.
다만, CCTV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를 두고 민주당은 ‘수술실 내부’, 국민의힘은 ‘수술실 입구’로 의견이 갈렸다. 민주당은 수술실 전경을 비추고 수술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행위가 영상으로 기록돼야 하므로 수술실 내부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내부에 설치하면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CCTV 설치 비용 부담의 주체가 어디가 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월 수술실 입구 설치 ‘의무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번에는 수술실 내부 설치를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법안 취지에 대해 공감하나 한꺼번에 의무화했을 때 부작용이나 갈등이 생길 수 있을 만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지만, 내부 설치 의무화로 입장을 선회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세계의사회(WMA)의 우려를 들어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의협에 따르면 바브 WMA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의협 입장을 지지하고, 하루속히 동 법안이 폐기되길 촉구한다”며 “수술실 내 CCTV 감시는 끊임없는 상호 불신을 야기할 뿐 아니라 치료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궁극적으로 다수의 환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치료 선택 기회를 줄일 것이라며 해당 법안은 ‘조지 오웰’적인 성격이 짙어 자유시민국가라고 하기보다 전체주의 국가의 사고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둬 과도한 긴장감을 유발해 의료행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것이고, 환자의 신체 일부가 노출된 수술 영상이 돌아다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강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단체는 수술실 CCTV가 내부에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실이 있는 의료기관 중에서 (수술실) 출입구에는 약 60.8%, 수술실 내부에는 약 14%의 CCTV가 설치돼 있다”며 “수술실 내부가 아닌 입구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자는 것은 상당수의 의료기관에서 이미 하는 수술실 CCTV를 의무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80% 이상 국민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하고 있다. 촬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인과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만드는 데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수술실 CCTV법안을 주요 민생법안으로 꼽으며, 6월 내 법안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는 등 반대가 거세 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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