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낙태죄 폐지는 ‘법률 업데이트’
②임신중절 제한적 허용, 고려사항은 ‘환자의 건강’
③의료계, 임신중지 허용기간 ‘10주’ 주장 이유는
④합법이면 ‘무분별하게’ 이뤄진다고?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임신중절 수술 관련 규정은 수술을 받는 환자의 건강에 주안점을 두고 논의된다.
임신중지에 대한 입법 공백 상태가 반년째 지속되고 있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이 지난해 12월31일부로 효력을 상실했다. 법대로 따지면 올해부터 누구나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 조건 없이, 그 이후 24주까지 조건부로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개정안은 낙태죄 폐지 찬성측과 반대측 모두의 질타를 받고 국회에 계류됐다.
모든 의료행위의 실시 일정은 환자의 건강을 고려해 결정된다. 임신중절 수술도 마찬가지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수술을 받는 여성의 건강을 고려해 개정안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임신중절은 임신 초기에 이뤄질수록 안전하다. 따라서 약물적·수술적 방법으로 모체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임신중절 시기의 마지노선을 24주로 설정한 것이다. 참고로 법률이 시행 시기를 규제하는 수술은 임신중지 수술이 유일하다. 의사가 따르는 표준진료지침도 임신중절 수술이 불가능한 시점을 정해놓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임신중절 수술 기간에 제한을 두는 것이 무용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의료진은 수술의 필요성과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술을 결정한다. 굳이 법률로 규제하지 않아도, 의사가 환자를 위한 최선의 수술 시점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임신중절 수술을 경험한 7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 당시 평균 임신 주수는 6.4주였다. 99.2%의 응답자가 20주 전에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임신중지 수술 기간에 제한이 없는 캐나다에서도 20주 이후 수술은 전체의 0.75%에 불과하며, 대부분 태아 기형 사례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이하 양평위)도 임신 주수에 따라 임신중절 수술 허용 여부를 달리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개인마다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타당한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평위는 선진국들이 개인에게 적절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임신중절 수술과 관련한 규정에서 임신 주수를 구분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즉, 해외에서도 임신 주수가 처벌을 하기 위한 기준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계에서는 ‘수정란이 언제부터 인간인지’ 따지는 언쟁은 논점이탈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낙태죄 존치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일부 종교계 주장은 태아의 생명권을 언제부터 인정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접근은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도덕논쟁 프레임에 가둬,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를 양산한다는 우려다.
취재 도움=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박지영 한국여성민우회 건강팀 상근활동가,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2019,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여성의 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방향>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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