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성매매, 문제는 구매자야
③ 성매매, 불법화·합법화 다 문제야
④ 무한 부활 ‘아찔한밤·밤의전쟁’‥ 디지털 카르텔 남은 과제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성매매 여성한테 수많은 질문이 날아와요. 자발적이었냐, 얼마를 벌었냐, 정부지원 받을 자격이 있냐... 모두가 여성들을 추궁하는 데 몰두하는 동안 진짜 범죄자들은 계속 범죄수익을 불리고 있죠”
경기도를 중심으로 성매매 집결지 폐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처벌 여부, 이들이 받게되는 정부 지원에 여론이 집중됐다. 성매매피해자지원 현장 활동가들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놓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작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이들은 ▲성매매 피해자를 착취해 이윤을 취한 성매매 업주 ▲그런 업주에게 높은 임대료를 받으며 성매매 산업에 일조한 집결지 건물주 ▲모든 문제의 발단 성구매자이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둘러싼 진짜 쟁점을 여성인권 전문가들과 짚어봤다.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 김민영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후스케 마우 네트워크엘라(Netzwerk Ella) 설립자의 도움을 받았다. 개별 진행한 인터뷰와 웨비나를 재구성했다.
송 센터장은 2004년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특별법) 제정부터 최근 전주의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 해체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 성매매 근절을 위해 활동 중이다. 김 소장은 다시함께상담센터에서 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면서 다수의 성매매 알선사이트를 공동고발해 폐쇄시켰다. 이 대표는 여성인권센터 ‘보다’에서 성매매 피해자의 자활을 돕는다. 후스케 마우는 독일의 성매매 피해자 단체 네트워크엘라를 설립해 성매매 합법화의 폐해를 알리고 성매매 반대 인권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하지만 성매매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사회적 이해도는 부족하다. 성매매 범죄에서 업주와 건물주는 가해자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를 알선한 행위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직·간접적 강요로 성매매에 유입된 이는 성매매 피해자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송경숙 센터장: 성매매를 알선한 범죄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성매매 집결지는 여성착취와 폭력의 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운영하는 자와 그곳에서 피해를 당하는 이를 어떻게 같은 집단으로 볼 수 있나. 성구매자가 8만원가량의 돈을 지불하면, 업주가 절반 이상을 가져간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별도로 숙식비와 음료수, 위생용품 비용을 걷는다. 피해자는 일을 할수록 빚이 늘어 업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최근 수원시에서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한 이후 업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일부 언론매체는 이를 마치 생계 수단을 뺏긴 성매매 피해자의 죽음인 것처럼 포장했다. 피해자를 착취해 재산을 축적한 업주의 범죄수익을 정부와 사회가 왜 염려해 줘야 하나.
지자체가 성매매 집결지 폐쇄 작업을 시작하면 업주와 피해자들이 함께 반대시위를 한다. 업주들이 시위에서 피해자들의 생계를 박탈하지 말라고 외친다. 하지만 업주의 진짜 목적은 본인 소유의 착취수단을 유지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가해자인 업주들끼리 시위에 나서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피해자들을 앞세우는 것이다.
후스케 마우: 어떤 형태의 성매매 업소든, 피해자들은 돈을 모을 수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독일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이다. 하지만 업주와 피해자의 착취 관계도 유지된다. 즉, 착취가 합법화된 상황이다. 성매매 피해자는 구매자로부터 지급받은 돈을 곧바로 업주에게 제출해야 한다. 업주가 피해자에게 부과하는 성매매 장소 사용료는 하루에 100유로(한화 13만5000원) 이상이다. 아울러 피해자에게 수건, 위생용품, 청소 비용을 청구한다. 벌금정책을 운영하면서 피해자에게 지각비, 고객 클레임에 대한 벌금 등을 걷는다.
◆성매매 집결지의 건물 임대료는 인근의 유사한 건물에 비해 3~4배 높다. 임대료가 비싸게 책정되는 이유는 그 건물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사실 단 하나다. 성매매 업소가 운영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한 사람도 범죄자다. 자신의 임차인이 성매매 업주라는 사실을 몰랐어도 처벌 대상이다.
송경숙 센터장: 성매매 업주가 돈을 버는 만큼 건물주도 큰 돈을 번다. 대개 성매매 집결지는 매우 오래되고 낙후한 건물이 모여있는 구역이다. 전주 선미촌에서는 수십년된 건물을 불법적으로 개보수한 점포의 월세도 300~500만원 수준으로 형성됐다. 건물주들이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한 뒤 재개발을 추진해 개발차익을 도모하기도 한다. 여성인권단체들은 집결지의 건물을 지자체가 매입해 공공개발을 할 것을 촉구한다.
김민영 소장: 성매매 집결지는 건물주, 업주, 주변 상권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범죄수익을 취한 공간이다. 통상적인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성매매 집결지는 ‘폐쇄’가 아니라 ‘해체’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지금까지 묵인된 범죄를 없던 일처럼 말끔하게 지워버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공동체가 모두 책임을 지고 공간을 재구성하며 여성과 인권에 대한 사회적 고찰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성매매 집결지 해체 작업은 업주와 건물주에 대한 처벌, 피해자의 새 삶에 대한 대책을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성매매 범죄로 벌어들인 수익은 몰수추징 대상이다. 하지만 업주와 건물주가 성매매로 축적한 자산을 전액 몰수추징 당한 사례는 없다. 검거된 이들에 대한 처벌도 가볍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김민영 소장: 범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자산을 몰수추징하려면 우선 검거를 해야한다. 그런데 경찰 조직에서 성매매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 성매매 업소 단속은 생활질서계에서 한다. 수사는 수사계의 강력팀이 하는데, 디지털 플랫폼이 연루됐다면 사이버팀으로 넘어간다. 만약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다시 여성청소년계에 맡겨진다. 재판부도 몰수추징 금액을 적게 잡는다. 통장 내역으로 추징금액을 산정하면, 숨은 자금에는 접근할 수 없다. 가해자들이 몰수추징 전에 재산을 빼돌리고, 가상화폐 형태로 보관한다면 속수무책이다.
송경숙 센터장: 건물주와 업주에 대한 처벌 자체가 가볍다. 선미촌 폐쇄 과정에서 업주들 대부분은 수백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가장 강력했던 처벌이 징역 6개월 실형이었다. 건물주들이 벌어들인 임대수익에 대한 몰수추징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부산시 완월동의 성매매 집결지는 일제강점기에 형성돼 지금까지 114년째 유지됐다. 업주들이 업소를 3대손 4대손에 걸쳐 가업으로 이어받아 재산을 축적하고 지역 유지로 활약한다.
경찰과 검찰과 법원의 의지가 강하다면 충분히 집행하면 할 수 있다. 과거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할 당시 여성인권단체들이 가해자의 자산을 몰수추징해서 피해자의 자활비용으로 쓰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센프란시스코는 성구매자가 납부한 벌금으로 성매매반대 단체 ‘세이즈’의 기금을 조성했다. 기금은 성매매 피해자의 자활 지원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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