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최근 발표한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587개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91조319억원입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영업이익(21조9496억원)을 제외하면 69조823억원인데요, 삼성 1년 투자액이 580개가 넘는 기업들이 상반기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많은 돈입니다. 올해 대졸신입 평균 연봉이 4121만원이라고 하니까 19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죠.
삼성이 발표한 240조원. 세부적인 투자계획은 내놓지 않았지만, 이중 18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는데 171조원은 반도체에 투자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1년간 57조원입니다.
사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이 부분에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애초 133조원 투자 계획에 38조원을 더한 금액이죠. 하지만 올해 1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재 수감되면서 삼성의 반도체 투자 항해는 정지 상태였습니다. 이 부회장이 최근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멈춰 있던 삼성의 반도체 투자 항해가 다시 기세를 탄 모습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산업 특성상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해야합니다. 그래서 대규모 투자가 계속 되야하는데 여기에 생산라인 유지보수에도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갑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도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을 수성하려면 반도체 투자는 절대 필수입니다.
이번 매머드급 투자 계획에 주목할 만한 것은 삼성이 지목한 미래산업입니다. 삼성은 반도체와 함께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R&D 투자 강화를 제시했는데요, 여기에는 9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삼성이 '제2의 반도체 신화'로 부르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바이오 산업입니다. 삼성은 이번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과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삼성 설명에 의하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바이오 산업은 '고부가 지식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산업'으로 변모하는 양상입니다.
마스크 부족 현상, 백신 수출 제한 등으로 인해 각국이 '각자도생' 조치에 나서면서 이른바 '바이오 주권' 확보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고, 자국 내 바이오 생산시설 존재 여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23년 4공장이 완공되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도 '바이오 주권 시대'에 대응해 바이오제약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번 삼성의 역대급 투자 발표를 두고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연관 짓는 반응도 있는데요, 설사 그렇다고 해도 한 기업의 이익이 아닌 국가 전체의 이익이 포함되어 있는 투자결정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