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9부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각기 다른 사연으로 상금 456억 원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기훈을 비롯해 서울대에 수석으로 입학해 동네 자랑거리였던 상우(박해수), 새터민 새벽(정호연), 조직폭력배 덕수(허성태), 외국인 노동자 알리(트리파티 아누팜), 치매 노인 일남(오영수), 사기 전과자 미녀(김주령) 등이 게임에 참가한다.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을 연출한 황진혁 감독이 극본을 쓰고 메가폰도 잡았다.
게임은 간단하면서도 끔찍하다. 참가자들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어린 시절 즐겨 했던 놀이들로 승패를 겨룬다. 탈락자들이 피 흘리며 쓰러지는 동안, 참가자 숙소 한 가운데엔 죽은 사람 숫자만큼 상금이 쌓인다. 살아남아 거액을 손에 쥐려면 슬픔과 동정은 사치다. 기훈이 잡은 그 줄은 인생 역전을 실현시켜줄 황금 동아줄일까, 아니면 자신을 벼랑 끝에서 밀어버릴 썩은 동아줄일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 이준범 기자의 ‘볼까’
한국에선 왜 데스게임 장르가 안 나오는지 의아했던 시청자에게 권한다. 이 세상 이야기가 맞는지 싶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정서가 입혀졌다. 평범한 주인공이 어떻게 게임에 발을 들이는지 현실적인 상황을 기반으로 꼼꼼하게 그려내, 만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도 즐길 수 있다. 게임 규칙이 이해하기 쉽고 등장인물 캐릭터가 분명한 점 역시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소다.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즐겨하던 추억의 게임들을 소재로 하는 점도 흥미롭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뭔가에 몰입해서 볼 신선한 장르 드라마가 필요했던 시청자에게 제격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중에서도 여러모로 수위가 높은 만큼 되도록 혼자 보는 걸 추천한다.
■ 김예슬 기자의 ‘말까’
잔혹한 장면을 싫어하는 시청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듯, 욕설이 난무하고 피 튀기는 잔인한 묘사가 매회 쏟아진다. 성적 함의가 담긴 내용도 일부 담겨, 가족과 함께 보다 민망해질 수 있다. 불행 서사를 반기지 않는 시청자에게도 ‘오징어 게임’은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캐릭터마다 서로 자신이 더 불우하다고 아우성치는 듯하다. 산뜻한 마음으로 정주행을 시작했다가도 울적함과 찝찝함이 남을 수도 있다. 극한에 치달은 인간의 이기적인 선택을 보고 있으면 인간성에 대한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된다. 바쁜 일상에 지쳐 연휴만큼은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고 싶으면, 다른 작품을 권한다.
■ 이은호 기자의 ‘말까’
‘욕설’ ‘폭력’ ‘약육강식’ ‘신파’ ‘약자혐오’…. 앞서 나열한 키워드에 한 번이라도 눈살을 찌푸렸다면 ‘오징어 게임’에 몰입하기 어렵겠다. 경쟁사회의 잔혹함, 능력주의의 불평등을 시원하게 비판하길 기대하는 시청자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오징어 게임’은 현실 풍자보다 약자혐오 재현에 필요 이상으로 적극적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지만, 대부분 캐릭터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배틀로얄’ 같은 데스게임보다는 9화 부제이자 현진건 단편소설인 ‘운수 좋은 날’ 정서가 지배적이다. 무능하고 불운했으나 악의는 없었던 남성 주인공을 연민하는 데 많은 인물을 소모한다.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으로 무얼 묻고자 했는지는 희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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