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벗어났다”...이젠 빚 갚을 때 [위드코로나, 희망과 절망]

“최악은 벗어났다”...이젠 빚 갚을 때 [위드코로나, 희망과 절망]

기사승인 2021-12-01 06:28:02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된 후 거리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일대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외부식당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 10년 간 강남구 역삼동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A씨에게 코로나19는 그야말로 재앙과 같았다. 테헤란로의 특성 상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꾸준히 카페를 찾았다. 입지는 스타벅스와 비교되지는 않지만 점심시간 때는 손님들이 꾸준히 드나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임대료 내기에도 급급하다.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 이미 같은 건물 옆 가게 포차도 문을 닫았다. 인건비만 지출하면서 2년 동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에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단체 손님이 종종 오는 경우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여파는 여전하다. 일상회복에 거리두기가 완화됐다고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더 커지고 있어 불안감은 여전하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상가들이 밀집한 번화가의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시작되면서 자영업자들의 10시 영업제한이 풀렸기 때문. 24시간 우동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도 정말 오랜만에 야간근무를 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매출이 예년만은 못하다며 한숨 지었다. B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손님은 적긴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웃었다.

#C씨는 이사준비를 하고 있다. 주식 투자를 하는 C씨는 코로나19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학연·지연·혈연도 없이 혈혈단신 서울로 왔다는 그는 지난 2020년 초 주식투자에 처음 입문했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 후 지출을 줄여가며 꼬박꼬박 모은 돈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 장기 투자를 선택한 C씨는 초기 투자금 2000만원이 1년이 지난 현재 6000만원 가량으로 늘었다. 투자했던 주식 절반을 현금화해, 종잣돈과 중소기업 청년전세자금대출을 합쳐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80%에 달하면서 우리 사회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을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다만 거리두기 제한 해제로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의 숨통이 조금 풀렸고, 경제가 바닥을 치고 살아날 가능성도 조금씩 점쳐지고 있다. 다만 ▲공급 대란에 따른 인플레이션 문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자산시장 위축 가능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등의 변수는 현재 진행형이다.

쿠키뉴스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위드코로나 이후 향후 경제 상황의 변수와 위험(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인터뷰에는 신한은행 오건영 IPS그룹 부부장,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 KB국민은행 WM투자전략부 이승희 수석차장, 하나금융투자 전규연 연구원,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이 참여했다.

그래픽= 이해영 디자이너

Q.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자영업자의 영업제한이 풀린 것은 긍정적이나 아직 불확실성은 남아있다는 의견이 많다. 집단면역이 달성되면 보복소비로 이어질 것으로 봤는데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테이퍼링 이슈도 남아있기에 시장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다. 

전규연=억눌렸던 소비가 정상화되며 민간소비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상품으로 쏠렸던 소비가 서비스 부문으로 이동할 개연성도 있다. 현재 단계적 경제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와 선진국 등은 코로나19 확산이 심화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기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미국 연준은 기존 경로 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오건영=여전히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은 것은 불확실성을 커지게 하는 요인이다. 또한 물가 상승 우려도 있다. 현재 공급 이슈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심리가 커지게 되면서 소비를 미리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승희=현재 백신접종과 치료제 개발 이슈로 코로나19가 최악의 상황에서 정상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와 별개로 시장의 반응이다. 혹자는 테이퍼링이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봤으나 실질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 상황이기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이슈가 경기를 둔화시킬 가능성이다.
 
Q. 코로나19 이후 강력한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됐다. 국내는 부채 위주의 성장 정책으로 선진국보다 과열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영수=지난해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0.1%, 거래대금은 43% 증가한 290조원으로 역대 최고의 호황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 부양 및 위기 극복을 위한 저금리 정책, 대출 접근성 확대 정책이 주된 이유다. 주택시장이 상승한 만큼 가계부채 비중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9.4%(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현재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3% 이상 초과했다. 

이승희=현재 실질 주택지수를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보다 더 높아졌다. 만약 시장이 위축된다면 그 여파는 클 것이다. 특히 가계의 재무상황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오건영=우리나라 자산의 상당수가 부동산이고, 비중도 크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휘청거리면 소비 심리가 훼손된다. 성장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가계에 취약성을 야기할 수 있다. 

Q. 국내 경제 구조는 부동산과 부채 비중이 크다는 의견이다. 자산시장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고 보는가? 만약 자산시장이 흔들릴 경우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나?

서영수=현재 국내 주택시장의 경우 10% 하락해도 거시경제 전반에 미칠 여파는 크다. 지난 1998년 IMF라는 최악의 위기에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고점 대비 15% 하락했다. 하지만 당시 체감률은 30%를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한국 경제의 부동산과 부채 의존도가 이전보다 높아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담보한 자산에 대해 디레버리지 현상(대출 상환)이 발생한다면 그만큼 중소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중소기업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빌린 금액만 463조원(올해 3월 기준)에 달한다. 

이승희=부동산 가격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크게 오른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지수를 인플레이션으로 나눈 실질 주택지수가 부동산 버블이 컸던 2008년 이전 보다 더 올랐다. 하지만 미국 연준의 대응과 시장의 기대치를 봤을 때는 유동성이 급격하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거품을 더욱 키우면 안 되겠지만 급격한 조정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Q. 자산시장이 위축될 경우 금융사에 미치는 여파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실제 최근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은행주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은행업종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으나 향후 전망은 그렇게 밝아보이진 않는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오건영=과도한 금리 인상은 가계나 기업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고, 연체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은행의 부실도 늘고 있고, 이는 자산건전성을 위협한다. 다만 현재 연준의 연착륙 정책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진 않을 것이다.

정태준=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둔화되면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반영되면서 주가는 미리 상승 폭이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

서영수=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은행의 부실채권은 늘어나게 된다. 실제 2012년 전국 주택 가격이 5.6% 하락했을 당시 은행의 신규 연체 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37.5% 증가했다. 결국 이러한 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채 주도의 성장정책을 지양하고 부채 구조조정 방안을 한시 빨리 마련해야 한다. 물론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과 비용 감수는 불가피하기에 국민적 설득은 반드시 해야 할 선결 과제다.

유수환 김동운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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