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던 위메프가 결국 파산하면서 여행업계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미정산액에 더해 피해자 집단소송까지 겹치며, 여행사들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정준영 법원장)는 10일 위메프의 회생 절차 폐지를 확정하고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했다. 법원은 위메프의 청산가치(약 134억원)가 존속가치(-2234억원)보다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0만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은 사실상 보상을 받을 길이 사라졌다. 남은 자산이 거의 없어 법원이 지정한 관재인을 통한 배분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피해금액이 약 350만원에 달한다는 A(42)씨는 “솔직히 파산 소식이 새삼스럽진 않다. 지난해부터 환불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어왔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할지 정말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자들로 구성된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는 “10만 피해자들은 0% 구제율, 즉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망 선고’를 받았다”며 “이번 사태는 현행 법제가 온라인 유통 구조의 복잡성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은 여행사와 전자결제대행사(PG)를 상대로 결제금 환불을 요구하며 집단소송에 나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여행·숙박상품 결제 피해자 3000여 명이 53개 판매사와 13개 PG사를 상대로 총 77억2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판매사가 최대 90%, PG가 최대 30%까지 연대해 환불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대부분 업체가 이를 거부한 상태다.
여행사들의 경영 환경은 악화일로에 있다. 하나투어의 3분기 영업이익은 82억8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 감소했다. 매출은 1233억원으로 22.7% 줄었고, 순이익 역시 92억원으로 32.7%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모두투어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6.9% 줄어든 476억5000만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여행사 실적이 일제히 둔화하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실제 중견 여행사 ‘여행박사’는 다음 달 24일부로 영업을 종료한다. NHN이 2018년 인수한 지 7년 만이다. 지난해 티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중소 여행사들은 수익성 악화와 정산 지연에 시달리며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여행사들은 소송비와 미정산금까지 떠안아 존폐 기로에 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업계는 내년부터의 회복 국면을 기대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의 충격이 크지만, 내년부터는 수요 회복과 함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결제 안정망 제도와 소비자 보호 장치가 개선돼야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여행사 관계자는 “지금 여행 시장은 여전히 어렵고, 3분기까지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티메프 사태 이후 소비심리 위축과 예약 취소 등으로 업계 전반이 흔들렸지만, 내년 초부터는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내년 경기와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패키지 여행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 시장 파이가 다시 커질 것”이라며 “중소형 여행사들이 줄도산할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시장 저변이 넓어지고 각 여행사가 특화상품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AI나 앱 기반 예약 서비스가 발전해도 패키지 여행은 여전히 고유한 수요가 있다”며 “가격 경쟁이 아닌 ‘경험 중심의 프리미엄 패키지’로 재편된다면 업계 전체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