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선 판세와 함께 국민의힘 내부 갈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11일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조 전 당협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윤석열 후보가 3~5% 앞서는 듯”
- 20대 대선이 90일도 채 남지 않았어요. 여론조사를 보면 오차 범위 내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앞서고 있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보수 쪽으로 좀 치우친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7~10% 정도 앞서는 거로 보도하고 있고, 반면 진보 쪽에 좀 치우친 쪽에선 이재명 후보가 2% 뒤집은 거로 발표까지 하던데 제 개인적으로 현재 윤석열 후보가 3~5% 정도 앞서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아요.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이 수치를 거저 반기고 있을 처지는 또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게 견고하게 유지되는 3~5%가 아니라 더 안정권에 들어갔다가 많이 까먹어서 추격을 허용한 5%이거든요. 그러니 국민의힘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되는 상태인 거죠. 또 민주당 입장에 서서 제가 조언을 하자면 윤석열 후보와 그 캠프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음에도 3~5% 선까지 따라붙은 상태에서 더 이상 못 치고 올라가고 벽에 부딪힌 건 민주당 역시 후보와 캠프의 역량과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에요. 그러니 빨리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고 전략을 수정해야 해요.”
- 그럼 윤석열 후보가 앞서는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55대 35구도’로 굳어졌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니까 국민의 55%가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고 싶다는 맘을 이미 굳혔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면 비록 윤석열 후보나 국민의힘이 마음에 안 들어 다른 당을 찍거나 기권을 할 수는 있어도 적어도 현 집권 세력인 민주당의 후보는 찍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얻을 수 있는 득표율의 최대치가 ‘45%’ 정도라고 봐야 하고요.”
- 근데 지금까지 선거 보면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는데 정권교체 안 된 경우도 있지 않았나요?
“정권교체 비율이 높았음에도 정권이 연장된 경우는 노무현 정권과 박근혜 정권으로 두 번 연장이 됐는데 그때와 지금이 좀 상황이 달라요. 이번엔 현재 지지하고 있는 후보와 당을 선거기간 동안 바꾸지 않겠다는 비율이 70% 넘을 정도로 역대 최대라는 것이에요. 이미 70% 이상의 국민이 충분한 고민 끝에 마음을 확정했고, 앞으로 각 후보의 공약을 보고 마음을 정하겠다는 수치는 겨우 12%밖에 안 돼요. 오히려 후보 선택 기준이 ‘상대 후보가 싫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19%로 ‘대선공약 보고 찍겠다’는 비율보다 훨씬 더 높아요. 이제 부동층이라고 남은 건 20대 유권자 절반 정도이고 나머지 세대는 거의 결정이 끝난 상태로 보여요.”
- 그럼 정권교체를 원하는 데 왜 꼭 그게 국민의힘일까요? 국민의힘은 몇 번 정권을 잡아봤잖아요. 잡아봐서 어떻게 나라를 이끌지 아는데.
“이 질문은 지금의 민심과 정치 상황을 제대로 못 읽고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굳이 그 가능성을 얘기하라면 첫 번째는 국민이 무지해서 과거 보수 정권이 범한 무능과 부패를 다 잊어버려서겠죠. 그게 아니라면 두 번째 가능성은 민주당이 그런 보수 정권보다 훨씬 더 못났다고 국민들이 판단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과거의 보수 정권이 문제가 많았고 그간 전국단위 선거에서 4번이나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밀어줬음에도 뭐 뾰족한 걸 보여준 게 없잖아요. 뭐만 하면 과거 정부 탓하며 지독히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만 보이니 국민이 화가 나도 단단히 나신 거고요.”
“선거 때까지 큰 갈등 없을 듯”
-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 선대위가 지난 6일 출범했어요. 그전 일주일은 갈등이 고조되었는데 선대위 출범 때까지의 과정 어떻게 보셨어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파국을 면한 것으로도 수습이 잘 된 것으로 보고 있어요. 어찌 됐건 그 이후에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같이 손 붙잡고 밖으로 나가면서 열심히 선거운동 하고 있잖아요. 김종인 선대위원장 역시 안에서 큰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선대위를 이끌고 있고요. 큰 득점은 없지만 큰 실점도 없었어요.”
- 이준석 대표가 요구한 건 하나도 안 이루어졌지 않았나요?
“하나도 안 이뤄졌으면 이준석 대표 성격에 판을 깨도 몇 번은 더 깼을걸요. 나름 이 정도면 원하는 바를 얻었다고 여기니 저렇게 열심히 뛰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정치판에서 협상할 때는 통상 내가 원하는 수준보다 더 높이 불러놓고 상대의 카드를 봐가면서 중간 정도 지점에서 절충을 볼 때가 많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적어도 ‘윤핵관’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준석에 대한 도발이 울산회동 이후 많이 잠잠해진 게 사실이잖아요. 이준석 대표도 그 정도면 됐다고 여겨 별 불평 없이 윤 후보랑 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고요.”
- 그럼 갈등은 끝난 걸까요. 아니면 또 나올까요?
“정치판에서 절대란 말은 있을 수가 없으니 끝까지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분위기로 봤을 때는 더 이상 큰 갈등은 없을 것 같은데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국민의힘 선대위는 ‘이미 다 이긴 선거’란 분위기가 팽배하기에 작은 갈등과 불만 때문에 ‘곧 엄청난 떡고물이 배당될 조직’을 뛰쳐나갈 이유가 없는 것이죠.”
- 국민의힘 선대위 꾸리는 과정에서 김성태 전 의원, 함익병 앤 에스더 클리닉 원장, 노재승 씨가 과거 발언 등으로 낙마했는데.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주변 보기가 많이 부끄러웠죠. 사실은 이건 국민의힘만의 문제는 아니고 민주당도 마찬가지예요. 정치권에서 사람 뽑는 기준이 국민의 일반 상식과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왜 자꾸 이런 일들이 반복되나면 결국 사람을 추천하는 경로가 투명하지 않고 독점적이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개인적 역량이 뛰어나도 권력 잡은 세력과 친분이 없으면 선대위의 요직에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요. 특히 이기는 선거에선 더욱 그렇죠. 지금 국민의힘의 경우는 윤석열 후보가 정치판 전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더욱 문고리 3인방인지 5인방인지 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어요. 그런 폐쇄적이고 독과점적인 구조다 보니 인사에 있어서 계속 실수와 헛발질이 이어지는 거예요. 그래도 워낙 대세론이 강하니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이런 일이 몇 번 더 반복되면 그때는 실수가 아닌 실력이 되는 것이죠.”
- 검증이 안 되는 걸까요?
“검증하려고 마음먹으면 왜 검증이 안 되겠어요? 백일 남짓한 선거기간이라 SNS까지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고 자꾸 핑계를 대는데 국민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거예요. 선대 위원장 선대본부장 등 최고위급 인사를 하면서 그런 것도 몰랐다는 건 스스로 무능하거나 오만하다고 국민 앞에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변명을 안 믿어요. 분명 그 사람들이 과거에 어떤 언행을 했었는지 다 알고 있었을 거예요. 알고 있었는데도 그런 게 자기들 시각에서는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여긴 거겠죠. 그만큼 국민의힘 내부 기준이 변화된 국민 눈높이와 괴리가 크다는 의미죠. 게다가 ‘이미 다 이긴 선거’라 여기고 있으니 국민 시각 따위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거고요.”
“윤석열. 비전 없다고? 나름 ‘공정과 정의’라는 비전과 시대정신을 외치고 있어”
-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후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부자 몸조심하고 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것 같네요. 큰 득점도 없었고 실점도 없었고 앞서고 있는 지금 이대로 쭉 그냥 가고 싶다는 의지가 분명히 보이는 행보 같아요. 선대위 내부에선 이대로 이긴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 같고요.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는 리스크와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작전이니 무난한 것 같은데, 최고의 정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글쎄요?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겠지요.”
- 너무 반문에 기대고 비전을 못 보여주는 거 아니냐는 지적 어떻게 보세요?
“이번 선거 구도가 공약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보다 정권 심판론이 원체 강하고, 게다가 누굴 찍을지 이미 마음을 굳힌 분들이 많다 보니까 그런 판세를 잘 이용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 윤석열 후보는 정치 입문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비전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렇게 보세요? 그럼 비전이 없는 후보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도 비전이 없는 거겠네요? 윤 후보가 비전이 없어서 반문에만 기댄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철저히 민주당 시각인 거죠. 민주당 쪽에선 ‘비전이 없다’ ‘비전을 보여 봐라’고 얘기하지만 나름 ‘공정과 정의’라는 비전과 시대정신을 외치고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국민한테 먹히고 있는 것이고요. 적어도 현 집권 세력보다는 공정과 정의 부분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낫다는 게 국민의 판단인 것 같은데요. 그러니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것 아닌가요?”
- 김종인 총괄 선대 위원장이 정책을 쏟아내요. 재난지원금 100조나 민주당과의 협치내각 구성 등을 후보와 상의 없이 발표하는 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문제가 있죠. 후보하고 상의 없이 김종인 위원장이 즉석에서 발표했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의 대선 국면에서는 이게 승패가 뒤바뀔 정도의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분명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권력 잡은 실세 그룹에서 대통령과 조율 없이 독단적으로 튀어나오는 상황이 반복되면 국민들한테 불안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겠죠.”
- 윤석열 후보가 토론이나 언론 인터뷰에 나오지 않아 기피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은데.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국민과 더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토론도 자주 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더 좋다고 저는 여기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후보 된 사람의 도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현재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후보의 약점이 뭔지를 충분히 알고 있고 그걸 법과 여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감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 그럼 이렇게 쭉 가는 게 도움 될까요?
“이렇게 끝까지 갈 수는 없을 거예요. 분명히 한번은 위기와 한계가 올 것 같고요. 선거 막판 한 30일 앞두고는 결국 선관위 주최 토론회에 응해야 하기에 이렇게 계속 아웃복싱만 할 수는 없어요. 저쪽에선 계속 토론하자고 조르고 조롱하고 그럴 건데 계속해서 피하면 ‘얼마나 자신 없고 준비가 안 됐으면 저럴까’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게 될 거니. 이런 점을 윤석열 후보 쪽에서도 분명 파악하고 있을 것이고, 따라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지금 상당히 노력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 김건희 씨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나 허위 경력 기재한 게 있는데 사생활 등의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저는 이재명 후보의 여러 가지 논란과 의혹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 특히 사생활을 갖고 공방을 하는 게 한국 정치 발전과 또 국민들의 삶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왔어요. 그럴 시간 있으면 이재명 후보의 공약 부분이라든가 그동안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재임 기간의 실정, 그리고 아직 다 파헤치지 못한 대장동 의혹 이런 것들에 더 집중하는 게 맞지 사생활을 걸고넘어지는 건 시간과 에너지 낭비라고 여겼어요. 마찬가지로 김건희 씨 부분도 법적으로 문제 된 게 있으면 공정한 법의 잣대로 강력히 처벌하면 되는 것이고, 그런 게 아닌 지엽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건 이번 대선 국면에서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정치공세라고 봐요.”
- 만약 김건희 씨가 구속될 경우 어떻게 되나요?
“김건희 씨가 정말로 범법행위를 해서 구속이 된다면 저는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격에 심각한 결격 사유가 된다고 봅니다. 그게 본인이 물러나든 안 물러나든, 그리고 당에서 후보를 교체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저부터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찍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하니 만일 그런 사태가 온다면 당연히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 기간 중에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 상황 파악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재명, 새로운 기대와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면 대선판 뒤엎을 수도”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법무부로부터 받은 직무배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이 있었죠. 소송 결과가 10일 각하로 나왔는데 어떻게 보세요?
“어쨌든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고 윤 후보가 절차에 의해서 소를 제기했는데 그게 각하됐기 때문에 분명 본인한테 타격이 있겠죠. 그걸 못 받아들이겠다며 법원 판결을 부정하거나 공격하면 그건 더 구차해 보이면서 타격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요. 민주당이든 우리 당이든 일단 법의 판결이 났으면 그걸 겸허히 받아들이는 풍토를 만들어가야지,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정치 검사 정치 판사로 몰아붙이는 건 자기편 극렬지지층에나 통하는 거예요. 따라서 윤 후보가 사과할 게 있으면 빨리하고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면서 가는 게 그나마 실점을 줄이는 길이라고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 때문에 대선 전체 판세가 영향받을 것 같진 않고요.”
- 앞으로 대선 국면에서 포인트는 뭐라고 보세요?
“저는 지금 이재명 후보가 하는 행보에 대해서 큰 위협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과거 이명박 정권이 그렇게 인기가 없었음에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했던 건 이명박 정권과 철저히 차별화한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었어요. 마찬가지로 이재명 후보도 자기 극렬 지지층들의 압력과 비난을 견디며 합리적 중도층을 향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면 그게 대선 판도를 뒤엎는 태풍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정권교체를 바라는 55%의 국민 중 5%의 중도층 표만 빼내 와도 막판에 정의당과의 단일화를 통해 안철수 허경영 등으로 분열된 보수층을 간발의 차이로 넘어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영광 객원기자 kwang38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