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가 주도하는 코로나19 5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다음달 3일부터 검사 체계를 대폭 바꾸기로 했다. 골자는 고위험군(역학 연관자·60세 이상·의사소견자 등)은 지금처럼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하고,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은 자가검사키트를 통한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한 후 양성이 확인되면 PCR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이 PCR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려면 검사키트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내 몸은 내가 챙긴다’는 마음으로 약국·편의점·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부 온라인 판매처서 ‘주문 폭주’ 안내…약국 현장은 물량 여유
이 같은 상황에서 27일 한 온라인 쇼핑몰에는 ‘현재 코로나 자가검사키트 주문 폭주로 인해 2월10일부터 순차적으로 출고가 될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주문량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설 명절 기간 택배물량이 증가한 영향도 있어 보이는데, 코로나19 유행 초기 마스크 대란을 경험했던 만큼 품귀현상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쿠키뉴스가 27일 현장을 돌아본 결과 아직까지는 자가검사키트를 구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 외벽에 ‘코로나 검사 키트 판매 중’이라는 프린트를 붙인 약국에서는 10개 내외의 자가검사키트가 비치돼 있었다.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공장이 운영을 멈춰서 추가 주문을 할 수 없다고 얘기를 들었다. 키트가 부족하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근처의 또 다른 약국을 운영하는 B씨도 “사재기를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회사에서 단체로 자가검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5~6개를 구매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물량에 부족함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인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C씨는 “지금은 (자가검사키트가) 하나도 없다. 추가로 발주를 넣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는데, 물건이 동난 이유에 대해 “한 명이 비치된 키트를 다 사가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유가 있는 곳도 많다. 아직 품귀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키트 수급 체계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울 필요는 있다”고 당부했다.
29일부터 선별진료소 가면 무료 배포…당국 “국내 생산물량 충분”
만약 약국·편의점 등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직접 구하기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전국 256개 선별진료소에 자가검사키트를 공급해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즉, 개인이 검사키트를 확보하지 않았더라도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면 키트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선별진료소가 아니더라도 다음달 3일부터는 동네 병·의원에 마련된 ‘호흡기전담클리닉’을 통해 전문가용 검사키트로 양성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방법 중 한 가지를 통해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자가검사키트 국내 유통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선별진료소나 의료기관에서도 신속항원검사가 어려운 상황인데, 당국은 이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7일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키트 부족 현상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유통과 생산물량 관리에 들어갔다”며 “식약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생산물량 자체가 충분해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 외 유통과정에서의 문제도 관리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키트 공급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같은 날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자가진단키트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에 대해 “마스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생산 물량·수출물량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국내 보급 부족이 생긴다면 수출 물량을 조정해서라도 국내에 수급할 계획”이라며 국민들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편, 현재 식약처의 정식 허가를 받아 시중에 유통 중인 항원 방식 코로나19 자가 검사키트는 총 3종이다. SD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는 지난해 4월, 래피젠은 지난 7월 각자 개발한 자가진단키트 허가를 얻어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같은 날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자가검사키트 제조업체의 하루 최대 생산가능량(수출물량 포함)은 약 750만개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